[뉴스토마토 서영준기자] 이동통신 유통망이 오는 12월1일로 예정된 신분증 스캐너 전면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일선 유통망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을 거부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16일 성명서를 내고 신분증 스캐너 강제 시행에 결사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신분증 스캐너는 이통3사가 신분증 위변조를 막기 위해 당초 10월1일 도입하기로 했지만 준비 미숙 등을 이유로 정식 도입이 연기됐다.
이통 유통망이 신분증 스캐너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는 형평성의 문제가 작용하고 있다. 방통위를 대신해 신분증 스캐너 도입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영세 판매점을 대상으로만 도입을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신분증 스캐너는 일선 판매점을 비롯해 대형 유통망, 온라인, 텔레마케팅(TM), 홈쇼핑, 다단계, 법인특판 등 전채널에 도입될 예정이었다. 이통 유통협회 관계자는 "신분증 스캐너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영세한 판매점을 대상으로만 도입이 강행되고 있다"며 "따라서 신분증 스캐너 도입을 전면 거부한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 전자랜드 매장 앞에 붙은 이통사 로고의 모습.사진/뉴시스
여기다 신분증 스캐너의 성능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통 유통망에 뿌려진 신분증 스캐너 가운데 가짜 신분증을 걸러내지 못하는 사례가 발견돼서다. 실제 신분증 스캐너의 성능은 지난달 진행된 미래장초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은 당시 미방위 국감에서 "신분증 스캐너를 도입한 취지는 공감하지만 전면 도입하기에는 문제가 있다"며 "일단 보류해야 하고, 실태조사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신분증 스캐너 자체는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위조는 걸러내면서 오래된 신분증을 통과하는 수위를 조절하는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신분증 스캐너가 우수한 스펙을 갖추고 있다는 설명과는 다르게 위조 신분증을 걸러내지 못하는 모습이 발견되고 있다"며 "신분증 스캐너 기능에 하자가 있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통 유통망은 최 위원장의 현장 방문에도 동행하지 않을 방침을 세웠다. 그동안 신분증 스캐너 도입에 대한 문제를 방통위에 꾸준히 제기했으나 제도 보완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핵심 원인으로 꼽고 있다. 최 위원장은 오는 17일 신분증 스캐너 도입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현장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최 위원장의 유통망 현장 점검은 지난해 9월 대형유통망의 대표격인 하이마트 이후 두번재다.
이통 유통협회 관계자는 "현장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최 위원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현장 방문 장소가 대형유통망에만 편중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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