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국민연금 압수수색(종합)
뇌물죄 수사 주력…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 압박
문형표 전 장관·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 곧 소환
2016-11-23 10:03:52 2016-11-23 10:03:52
[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 기소)씨를 수사 중인 검찰이 23일 국민연금공단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오전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 본부, 서울 강남구 기금운용본부, 서초구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 관계자의 다른 사무실 등 총 4곳을 압수수색 중이라고 밝혔다. 구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과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개최 요구와 합병 반대 요구에도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도 개최하지 않은 채 주주총회에서 합병에 찬성했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증거물을 분석한 이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던 문형표 공단 이사장과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 등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이번 수사의 피의자이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과 관련해 고발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대면조사 압박의 강도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지난 15일 박 대통령과 최씨,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박상진 삼성전자(005930) 사장을 뇌물공여 또는 제3자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업무상배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들 단체는 고발장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시기를 전후해 국민연금이 합병을 위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박상진이 박근혜 대통령과 그 측근인 최순실, 정유라에게 최소 35억원에서 수백억 원에 이르는 금품을 공여한 것은 이재용의 개인적 이익을 위한 합병이 이뤄지기 위한 부정한 청탁과 관련한 뇌물공여행위라고 볼 수 있다"며 "'박근혜 게이트'의 본질은 총수 일가의 사익을 위해 회사 자금을 유용한 다음 그 돈을 뇌물로 제공해 대통령이 가지는 정치권력을 부당하게 행사하도록 돈으로 매수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전 이재용은 구 삼성물산의 주식은 없는 상황에서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였으므로 제일모직의 합병가액에 대한 구 삼성물산의 합병가액의 비율이 낮게 산정될수록 유리한 상황이었다"며 "이에 당시 구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하는 것이 이재용에게는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였고, 이를 위해 당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기금이사인 홍완선을 합병 주주총회 직전에 직접 만나는 등 여러 경로로 로비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당시 구 삼성물산 지분을 제일모직 지분보다 많이 보유하고 있었으므로 구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한 합병에 반대해야 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합병 당시 합병비율 등과 관련해서 국민연금은 이재용과 정반대의 이해관계였다"며 "그러나 국민연금은 합병에 찬성했음은 물론 합병 당시 구 삼성물산의 주식을 대량 매도해 구 주가를 낮추고, 합병 비율이 정해진 이후 구 삼성물산의 주가가 상승하자 오히려 삼성물산 주식을 매수한 후 제일모직 주식을 매도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판단을 이어갔다"고 덧붙였다. 
 
삼성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53개 대기업 중 가장 많은 총 204억원을 지원했다. 최씨와 딸 정유라(20)씨 소유의 독일 법인 비덱에 280만유로(약 35억원)를 송금한 것을 포함해 그동안 정씨의 말 구매, 승마 경기장, 전지훈련 등을 위한 특혜를 제공해 왔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 광고기획사 제일기획(030000)은 최씨의 조카 장시호(37·구속)씨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과 민주노총, 참여연대 대표자들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씨를 뇌물공여죄 또는 제3자뇌물공여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업무상배임) 위반, 뇌물수수죄 등으로 고발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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