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신약, FDA 문턱서 잇단 '고배'
녹십자·한미·종근당 등 허가 난항…글로벌 진출 기대 '찬바람'
2016-11-27 11:06:29 2016-11-27 11:06:29
[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올해 토종신약들이 의약품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 문턱에서 번번이 미끄러지고 있다. 파트너사의 라이선스 반환, 허가당국의 자료보완 요청 등 예상치 못한 난관으로 품목 승인이 1년 이상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토종신약들이 미국에서 줄줄이 허가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한풀 꺾인 분위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녹십자(006280)는 지난 2015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혈액제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FDA는 1여년 간 검토한 결과, 지난 23일 품목허가 신청서에 대한 보안 요청을 통보했다. 제조 공정과 관련한 자료를 추가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녹십자는 내년 초 관련 보완 자료를 FDA에 제출할 예정이다. 당초 올해 허가 승인 목표에서 1년 정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128940)의 폐암신약 '올무티닙'도 미국 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2015년 한미약품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베링거인겔하임이 지난 10월 올무티닙의 판권을 반환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경쟁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미국에서 이미 허가를 받아 올무티닙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 계약 파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폐암신약 '올무티닙'의 임상 2상 결과를 토대로 올해 FDA에 허가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계약 파기로 올무티닙의 미국 진출이 위기에 빠졌다. 한미약품은 다른 글로벌 파트너사를 물색하겠다는 방침이다. 
 
종근당(185750)의 프래더윌리증후군 치료제 '벨로라닙'도 미국 진출에 제동이 걸렸다. 업계에선 올해 벨로라닙이 임상 3상을 완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기술을 이전받은 자프겐사가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다가 환자 사망 사례 발생으로 개발을 일시 중단했다. 
 
국내사들은 미국 FDA의 높은 문턱에서 고배를 마시게 됐다. 미국 FDA에서 임상 1상부터 최종 신약 승인을 받기까지 성공률은 10% 미만으로 알려진다. IMS데이터에 따르면 전세계 의약품 시장은 2014년 1조272억달러(1188조원)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미국 시장이 4056억달러(469조원)로 전세계 1위를 차지했다.
 
올 초만 해도 토종신약의 미국 진출 원년이 될 것이라고 낙관적 전망이 많았다. 올해 상반기에만 3개 제품이 미국 진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대웅제약(069620) 항생제 '메로페넴'이 1월,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램시마'가 4월, SK케미칼(006120) 혈우병치료제가 5월에 각각 FDA 허가 승인을 받았다. 
 
우리나라 근대 제약산업이 출현한 1950년대 이후부터 2015년까지 미국 진출에 성공한 토종신약은 3개에 불과했다. 2003년 LG생명과학(068870) 항생제 '팩티브'를 시작으로 2013년 한미약품 역류성식도염치료제 '에소메졸', 2014년 동아에스티(170900) 항생제 '시벡스트로'가 각각 FDA 승인을 받았다. 
 
하반기에도 2~3개 제품의 추가 허가를 기대했다. 대웅제약은 보톡스 '나보타'로 임상 3상을 완료하고 허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CMG제약(058820)은 필름형 조현병치료제로 FDA 허가를 계획하고 있다. 메지온은 폰탄수술치료제, 동아에스티는 당뇨병성신경병증치료제, 바이로메드(084990)는 루게릭병치료제, SK바이오팜은 간질치료제 등으로 미국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장밋빛 기대와는 다르게 추가 허가는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FDA는 전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고 신중한 의약품 허가기관이어서 그만큼 최종 허가 승인을 받기까지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미국 FDA에서 임상을 실시하는 국내 제약사가 다수다. 제약업계의 신약개발 역량이 성장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형기 셀트리온 대표가 지난 4월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개최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미국 FDA 판매허가 기자간담회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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