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터널 및 도로공사 등 사회기반시설(SOC) 건설 현장에 쓰이는 산업용화약 가격 담합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전·현직 대표이사가 모두 기소되면서 ㈜
한화(000880)가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한화와 고려노벨화학은 국내 산업용화약 공급시장을 100% 독점하며 '복점(複占)' 지위를 누려왔다. 검찰수사 결과, 두 회사는 지난 1999년부터 2012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10%, 19%, 9%로 화약 공장도 가격 인상폭을 합의하고, 시장점유율을 7대 3 수준으로 분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에 관여한 한화 화약부문 전 대표였던 심경섭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대표, 최양수 한화 화약부문 현 대표, 최경훈 고려노벨화학 대표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두 법인을 재판에 넘겼다.
이 담합 행위로 지난해 1월 한화는 517억여원, 고려노벨은 127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고 고발된 바 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임원들이 담합을 주도한 정황을 포착하고, 검찰총장이 고발요청권을 행사해 고발하도록 했다. 이들의 담합행위는 지난 2012년 4월 한화가 공정거래위원회에 합의 사실을 자신신고하면서 종료됐다.
검찰 관계자는 "담합 사건에 있어 법인만 처벌되고 담합행위자 개인은 처벌하지 않거나 가볍게 처벌해 온 잘못된 관행이 반복돼 '법인이 벌금만 내면 그만'이라는 그릇된 인식이 업계에 만연돼있어 개인 처벌을 강화해 경종을 울릴 필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화 측은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며 사과의 말씀드린다"며 "앞으로 준법경영과 공정경쟁을 철저히 준수하고 재발 방지를 통해 신뢰받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변론 과정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두 회사의 담합은 고려노벨이 공장을 증설하면서 2002년 기존의 약속과 달리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중간에 깨지기도 했다. 그러나 2005년 한화의 심 전 대표와 최 대표, 고려노벨의 최 대표가 서울의 한 한정식집에서 만나 시장점유율을 다시 유지하기로 하는 담합을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 결과에 따라 한화와 고려노벨의 화약사업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총포·도검·화약류등의안전관리에관한법률은 화약회사의 현직 임원이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해당 회사의 사업허가가 취소된다고 정하고 있는데,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해당 임원이 회사를 떠났을 경우에는 이 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화의 최 대표와 고려노벨의 최 대표가 사임하거나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길 경우 사업허가 취소 가능성은 희박하다.
서울 중구에 있는 한화그룹 본사 빌딩. 사진/뉴시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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