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임기단축 문제를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재차 국회로 공을 넘김에 따라 박 대통령 탄핵 시점을 포함한 향후 정치일정이 복잡해지게 됐다. 수면 아래로 잠시 가라앉았던 개헌문제가 현안이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당장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 내용에 대한 해석부터 엇갈리고 있다. 정치평론가 이종훈 박사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사실상의 하야선언을 한 것”이라며 “이제 야당이 향후 정국 로드맵을 짜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바로 책임총리를 선출하고 과도내각 구성, 개헌으로 이어지는 정치일정 논의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대통령 이날 대통령의 담화를 ‘질서있는 퇴진’(서청원 의원)으로 규정하며 야당과 후속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야당에서 ‘탄핵 회피를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며 예정대로 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것과 상반된다.
국회가 박 대통령이 밝힌 퇴진 수순을 수용할 경우 당장 총리추천 문제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 황교안 총리 체제 하에서의 과도내각 구성 가능성에 대해 야당은 수차례 부정적인 의사를 밝혀왔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박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황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도 같이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정국 수습을 위한 책임총리로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하마평에 오른 바 있다. 고건·이홍구·김황식·한덕수·이해찬·정운찬 전 총리 등도 후보군에 올랐다. 박 대통령이 아직 김병준 총리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를 하지 않은 것도 변수다.
이 과정에서 빠르면 오는 2일 추진될 예정이었던 박 대통령 탄핵 표결시점이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만 해도 “준비를 서둘러서 이번 주 안에 (박 대통령) 탄핵이 마무리되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오후 대국민 담화에서 자신의 거취문제를 국회로 넘김에 따라 새누리당 내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의 탄핵표결 동참여부가 확실치 않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초 오후 4시에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새누리당에서 지정해 준 두 분의 의원과 우리당 김관영, 민주당 이춘석 (탄핵)추진단장이 합의하기로 했지만 (새누리당 쪽에서)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했다”며 “저도 비박계 의원 몇몇과 통화를 했지만 탄핵에 대한 낙관을 하기에는 어두워졌다”고 우려했다. 당장 황영철·나경원 의원 등이 “일단 여·야 합의를 지켜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심각한 논의를 하겠다”며 선을 긋고 나섰다.
박 대통령 담화문 발표 직후 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이 “새누리당 의원들이 역사적 심판대에서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한다”고 촉구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야당 내에서 박 대통령의 제안을 일축하고 예정대로 대통령 탄핵안을 추진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박 대통령의 제안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현 대통령 임기를 단축하는 내용의 개헌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임기단축 뿐만 아니라 내각제·4년 중임제를 포함한 문제까지 엮이며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바람직한 개헌방안에 대한 각 당·의원별 주장이 부딪치는 과정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시간만 끌게 될 것이기에 예정대로 탄핵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여론을 등에 업고 각 의원별로 탄핵안 찬성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지난 25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소속 의원 개개인이 박근혜 정부 임기 동안 많은 비리가 일어났던 과정에서 알았든지 몰랐든지 협조했던 것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며 “반성에 기초해서 탄핵 참여선언을 개별 의원들이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법에 따라 탄핵안 표결은 무기명이나 국회의원의 양심과 책임의식에 따라 공개적인 탄핵 표결입장을 밝힌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용태 의원도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는 정기국회 안에 반드시 탄핵안을 의결해야 한다”며 “이번 정기국회 안에 의결 못하고 새누리당이 이것을 막는다면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발표된 2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모임에 참석한 나경원 의원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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