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다혜기자] 전국 시도 교육감들이 국정 역사교과서에 거부해 내년도 중학교 역사 과목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교육부가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감의 국정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충돌로 학교 현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1일 "과목 편성은 학교장 재량 권한인데 교육감들이 압력을 가하는 것은 학교장 재량권 침해"라며 "법적 검토가 끝나는 대로 대응 방침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과목 편성이 학교장 재량이라고 판단하는 근거는 초중등교육법 제23조 '학교는 교육과정을 운영하여야 한다'는 조항이다.
교육부가 고시한 교육과정 총론에도 '교과의 이수시기와 수업시수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교육부는 교육감들이 일선 학교의 과목 편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권한을 벗어난 것인지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각 교육청에서 작성한 교육과정 편성 운영 지침에 '학교 과목 편성표를 보고 수정을 권고한다'든지 그런 내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교육부는 법령 위반으로 판단되면 시정 명령, 불이행시 고발 등의 대응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교육감과 교장이 협의해 교육과정을 조정한 것은 학교 현장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한 가장 온건하고 합리적인 조처"라며 "교육부의 시정명령이나 특정감사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조 교육감은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6호(교육과정의 운영에 관한 사항)에 따라 이뤄진 사항으로 교육부의 시정명령이나 특정감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교육과정 조정이 실제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학교교육과정위원회',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 등 학교구성원의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며 "교과과정 편성을 1~2년 늦추도록 한 조처는 국정 교과서 논란 속에서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온건한 조처"라고 강조했다.
앞서 조 교육감은 전날 서울 19개 중학교 교장과 긴급 회의를 연 뒤 "내년 서울의 모든 중학교는 1학년에 역사를 편성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역사 과목을 1학년 대신 2학년이나 3학년에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1학년 때 역사 과목을 편성해 국정교과서를 주문했던 중학교는 주문 취소 절차를 밟기로 했다.
국정 역사교과서 사용 불가 움직임은 앞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장휘국 광주교육감도 이같은 입장을 밝혔고, 김병우 충북교육감 역시 내년에 역사 과목을 편성한 54개 중학교에서 국정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게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경기도교육청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국정 역사교과서 거부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논의 중이다.
교육감들은 국정교과서가 결국 폐기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전망 하에 일단 시간을 버는 차원으로 내년 또는 내후년으로 미루게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당장 내년부터 쓰일 국정 역사교과서를 두고 교육부와 시도 교육감의 격한 충돌로 학교 학교 현장의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들의 모임(학사모) 최미숙 대표는 "학부모에게는 국정이냐 검정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교과서인지가 중요하다"면서 "교육 현장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오는 23일까지 구체적인 현장 적용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으며 내용 및 기능상 오류 지적 등을 감안해 시행 시기 연기를 위한 교육과정 재고시 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11월30일 광주의 한 학교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이 택배로 발송돼 현장 교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전교조 광주지부 제공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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