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후폭풍에 재계 사업계획·인사 올스톱
삼성, 인사 지연에 폭까지 조정 불가피…롯데, 총수 재판까지 첩첩산중…LG는 상대적 여유
2016-12-05 15:52:29 2016-12-05 17:17:22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최순실 정국에 재계 시계도 멈췄다. 연말 인사와 내년도 사업계획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지만 국정조사 청문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해당 그룹들은 검찰 조사에 특검도 하는데, 국회까지 불려나가야 하냐며 울상이다. 면박과 호통의 악몽도 깊다. 온도차는 있다. 탄핵소추안에 뇌물죄 혐의가 적시된 삼성, 롯데, SK 등의 긴장감은 최고조다. 미리 연말 인사를 마무리한 한화, LG 등은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단, 특검이 미르와 K스포츠 재단 기금 문제를 원점부터 다시 들여다보기로 해 안전지대는 없다.
 
A그룹 관계자는 “이미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을 특검과 청문회서도 되풀이 해야 하냐”며 “총수가 성의 없이 나갔다가 혼만 날 수 있으니 관련 내용을 숙지하느라 다른 일을 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B그룹 관계자는 “관련 부서에서 매일 모여 회의하고 보고한다"며 "다른 일손은 놓고 있다”고 말했다. 대체로 본연의 업무를 미루게 돼 사업차질이 적지 않다는 불평이다. 내부적으로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기회에 양심 선언하고 경영 쇄신하자는 성찰이다. 성난 여론도 부담이다. 한 내부 직원은 “촛불 집회도 나가고 싶지만 회사에 찍힐까봐 몸을 사리고 있다”며 “그동안 윗선에서 줄곧 윤리경영을 강조해왔는데 정작 게이트 연루 의혹에 회사가 지목되는 것을 보면 부끄럽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청문회와 연말 인사시기가 겹친 삼성과 롯데는 비상이다. 통상 12월 초 인사를 실시해온 삼성은 2008년 특검 이후 처음으로 인사가 지연되고 있다. 폭도 상당 부분 재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삼성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이번주 인사를 해야 하지만 그럴 조짐이 없다”며 “(인사가 지연되면서)내년 사업계획도 차질이 있다”고 말했다. 경영 현안도 많다. 기존 순환출자 해소, 자사주 활용 제한 등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제정 움직임으로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삼성물산 합병은 청문회 도마 위에 올랐다. 합병에 불복해 일성신약 등이 제기한 관련 소송들도 진행 중이다. 향후 삼성전자 분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도 아직 규명하지 못했다. 사태 수습의 필수 요건이 해결되지 않으면 내년 신제품 발표 때도 이슈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조선·플랜트 계열사들의 경영난은 내년에도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롯데는 연말 인사가 해를 넘기게 됐다. 내년 초까지 인사를 늦추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경영 공백도 우려된다. 신동빈 회장 등 총수 일가에 대한 횡령·배임 사건 재판도 진행 중이다. 국정조사 와중에 오는 22일 2차 공판도 대비해야 한다. 이달 중순 면세점 특허심사도 최순실 정국 속에 전망이 불투명하다. 중국에선 롯데에 대한 현지 조사당국의 세무조사, 소방·안전점검 등의 소식이 들려온다. 사드 문제에 대한 보복으로 비쳐지면서 상황이 길어질 수 있다. 롯데 역시 순환출자 구조에 따른 지배구조 리스크가 상존한다.
 
SK는 매년 12월 중순이나 말, 인사를 단행해온 터라 아직 시간적 여유는 있다. 그룹 관계자는 “해를 넘기진 않을 것 같다”며 “정유업이나 반도체 등 주력이 시시각각 환경이 변하는 업종도 아니라 사업계획 수립에도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K도 지배구조 개편 문제는 지속 거론되고 있다. SK하이닉스를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올려 M&A 등 투자 막힘을 해소해야 한다. 인적분할 등을 활용할 경우 자사주 활용 제한법 시행 이전에 서둘러야 해 조바심도 있다. 사업적으로는 SK E&S와 SK해운 등의 실적 부진과 함께 중국발 석유제품 수출 증가에 따른 경쟁심화 문제가 정유업에서 부각된다.
 
현대차도 예정대로 인사는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인사는 12월28일 실시했다. 내년 경영계획 수립은 시간이 빠듯해 보인다. 현대차 역시 순환출자 해소 법안의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 글로벌 시장 성장률이 눈에 띄게 둔화되는 것도 부담이다.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기아차의 멕시코 신공장 효과가 감소할 것으로 점쳐지는 등 보호무역 그림자도 드리웠다.
 
한화와 LG는 이미 사장단 인사를 실시해 한결 어깨가 가볍다. 한화는 “임원 인사가 남았지만 사장단 인사가 끝나 사업계획 수립은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총수 사면 문제가 제기된 한화나 면세점 사업권이 엮인 롯데와 SK, 경영 승계 이슈가 불거진 삼성 등과 달리 LG는 총수 리스크도 덜하다. 국정조사 이후에도 총수들의 한파는 계속될 전망이다. 박영수 특검은 “재단 기금 문제를 원점 검토할 것”이라며 “직권남용으로 보는 것은 구멍이 많다”고 말했다. 뇌물죄 혐의를 집중적으로 들여보겠다는 방침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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