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식품업계의 2016년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어느 해보다 치열한 한 해였다. 지난해 '허니버터'의 열풍을 잇고자 '바나나 열풍'을 주도했고 1인가구 증가에 따른 간편식 시장이 일대 도약했다.
수익성 확대를 위한 사업다각화에도 박차를 가했으며 연초부터 연말까지 도미노 가격 인상으로 장바구니 물가도 뒤흔들었다. 1세대 창업주들의 잇단 별세는 세대교체의 신호탄이 되기도 했다.
그 중 트렌드의 선두 주자는 단연 오리온이었다. '초코파이 바나나맛'은 3월 출시된 뒤 한 달 만에 누적판매 1400만개, 다음 달인 4월에는 2000만개 판매를 돌파했다. 출시 초기 품귀 현상까지 빚어질 정도였다. 이후 롯데제과가 '몽쉘 바나나맛',
국순당(043650)의 막걸리 '쌀 바나나' 등 미투 상품들도 잇따라 경쟁에 가세했고 매출 신장을 이끈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지난해 '허니버터 열풍' 수준까지는 못 미쳤다. 뒷심부족으로 '반짝 인기'에 그쳤다는 숙제를 남겼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맞춤형 제품 출시도 봇물을 이뤘다.
빙그레(005180)는 아이스크림 투게더의 1인용 프리미엄 신제품 시그니처 싱글컵을 출시했고 오리온은 소포장 트렌드에 맞춰 초코파이 등 일부제품을 편의점 전용 2개들이 패키지로 선보였다.
생존을 위한 사업다각화와 다른 업종과의 협업 등도 활발히 이뤄졌다. 무분별한 사업다각화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외식 등 외연을 확대한
매일유업(005990), 화장품 등 뷰티시장까지 뛰어든 #KGC인삼공사, 간편식 시장에 집중한
동원F&B(049770) 등은 사업다각화를 통한 큰 폭의 실적 개선에 성공하며 업계의 롤모델이 됐다.
장바구니 물가 인상의 주범이 됐다는 비난도 받았다. 상반기에는 빙과·제과업계, 하반기에는 음료·주류·라면업계 등이 줄줄이 가격 올리기에 나섰다.
오비맥주가 지난달 1일 주요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 올린 데 이어 22일에는
하이트진로(000080)가 맥주 출고가를 6.3% 올렸다. 최근에는 농심이 주요 라면제품에 대해 5.5%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저마다 원재료비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들었지만 일각에서는 "혼란스러운 정국을 틈 탄 무차별 가격 인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고 내년까지 도미노 인상을 우려하는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1세대 창업주들의 별세 소식도 이어졌다. 국내 식품업계의 기초를 일군
샘표식품(248170), 오뚜기,
대상(001680) 등 창업주들이 올해 잇따라 타계하면서 1세대의 퇴장을 알리고 있다. 이에 2~3세 승계 구도에도 힘이 실리면서 식품업계의 본격 세대교체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기도 했다.
연말 라면값 인상이 단행된 가운데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라면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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