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황창규
KT(030200) 회장의 연임 가도에 다시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며 한차례 상처를 입었지만 혐의내용이 무겁지 않고 실적 개선에 대한 공이 커 연임을 의심하는 목소리는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황 회장에게 직접 최순실씨 측의 사업 관련 서류를 전달했다는 수사결과가 나오면서 연임 여부도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황 회장은 CEO추천위원회에 연임 의사를 밝힌 상태다.
검찰은 지난 13일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3차 공판에서 "황 회장이 지난해 2월 대통령 면담에서 더블루케이의 연구용역 계약서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작성한 KT 스키단 창단 계획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를 건네받은 황 회장은 비서실장에게 지시해 담당자들이 더블루케이와 영재센터 관계자를 만나게 했다. KT 스키단 창단 계획서의 작성자는 최씨의 조카인 장시호씨로 검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영재센터는 장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KT 스키단 창단은 지난해 8월 무산됐지만 박 대통령이 황 회장에게 최씨 이권을 위해 직접 요구했고, 황 회장이 이를 받아들여 수행에 옮기려 했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수 없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KT는 미르(11억원)와 K스포츠재단(7억원)에 총 18억원을 출연한 바 있다. 또 최씨와 최씨의 측근인 차은택 전 광고감독의 지인을 KT에 광고 담당 임원으로 채용하라는 청와대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동수 전 전무와 신혜성 전 상무를 입사시켰다. 황 회장은 2014년 초 취임 당시 청와대 등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 요구에 대한 거부 입장을 명확히 했지만 지켜지지 못했다.
KT새노조는 오는 16일 특검 사무실을 방문해 황 회장과 2015년 12월 당시 KT 이사 전원에 대한 수사 촉구서를 전달한다. 또 당시 KT 이사회 이사 10명을 업무상횡령 혐의로 고발한다. 당시 KT는 구조조정 과정이었음에도, 재단법인 미르가 정상적인 조직인지의 여부와 출연이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고려 없이 회사 자금 11억원을 출연했으며 이는 횡령에 해당한다는 게 KT새노조의 주장이다.
황창규 KT 회장이 최근 열린 신년 결의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KT
최순실 사태가 드러나기 전 황 회장의 연임 여부에는 의심이 없었다. 취임 초 830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줄이는 한편, 기가 인터넷과 5세대(5G) 통신 경쟁력 제고에 힘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본연의 경쟁력을 회복하면서 실적도 대폭 개선됐다. 연임을 앞두고 행보에도 힘이 실렸다. 황 회장은 지난 8일(현지시간) 폐막한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 전시회 CES 2017를 찾아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의 로웰 매캐덤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또 유엔 글로벌콤팩트(UNGC) 관계자들과 지난해 6월 발표한 빅데이터 활용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황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혁신기술 1등 기업에 도전하자"며 "지능형 네트워크 기반의 플랫폼 회사, 미디어 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미디어 플랫폼 기업으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EO추천위는 황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서 회장 후보로의 추천 여부를 심사 중이다. 심사 결과, 황 회장이 후보로 추천되지 않을 경우 다른 후보를 물색하게 된다. KT 차기 CEO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된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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