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조윤선, 특검 피의자 동시 소환…대질 가능성(종합)
'문화계 블랙리스트' 주도한 혐의…구속영장 청구 여부 관심
2017-01-17 12:00:44 2017-01-17 12:00:44
[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을 17일 오전 소환했다.
 
특검팀은 이날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에 따른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두 사람은 2014년 '반정부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정부 지원에서 제외하기 위해 만들어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를 주도한 의혹을 받고 있다.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비서실장으로 일한 김 전 실장은 당시 블랙리스트를 총괄한 '윗선'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블랙리스트에 대해 모른다며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조 장관은 2014년 6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일하면서 김 전 실장의 지시를 받고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조 장관은 국정조사 청문회 당시 블랙리스트 존재 자체는 인정했으나 자신은 전혀 그런 문서를 본 적이 없다며 역시 혐의 사실을 부인했다. 
 
이날 오전 9시15분쯤 특검 사무실에 나온 조 장관은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에 전혀 관여한 적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오늘 특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조사에서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왜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를 본 적도 없다고 말했는지, 문체부 장관 취임 후 문화계 인사 지원배제 과정에 영향을 미친 적이 없는지, 김 전 실장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의 질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 장관에 이어 오전 9시46분쯤 특검에 나온 김 전 실장은 최순실씨 존재를 누구에게 보고받았는지, 아직도 최씨 존재를 모르는지, 본인 관련 의혹이 너무 많은데 왜 증거 인멸을 하고 있는지, 블랙리스트를 아직도 모르는지, 블랙리스트 의혹 관계자들이 줄줄이 구속됐는데 한 말씀 해달라 등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곧바로 조사실로 향했다. 
 
특검팀은 이날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을 상대로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를 주도했는지, 정부 차원의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가 있었는지,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일에 개입했는지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또 두 사람의 진술이 엇갈릴 경우 대질신문을 벌일 방침이다. 조사 이후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수사 중 블랙리스트 일부를 확보한 특검팀은 정부 차원의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엄중한 처벌을 시사한 바 있다.
 
특검은 지난 9일 김 전 장관을 비롯해 김 전 수석, 정 전 차관, 신 전 비서관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로, 김 전 장관과 정 전 차관은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위증)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지며 학문·예술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한 헌법 21조 및 22조 위반 혐의를 적시했다. 이규철 특별검사보(대변인)는 10일 "정부 정책에 비판적,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영화진흥위원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결정에 압력을 행사한 것은 비민주적이고 용납할 수 없는 행위로 판단했다"라고 강조했다. 특검은 12일 김 전 수석을 제외한 3명에 대해 영장을 발부받았다.
 
특검팀은 지난해 12월26일 김 전 실장 자택과 조 장관의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것을 신호탄으로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해 본격적인 수사를 펼쳐왔다. 이튿날 정관주 전 문체부 제1차관을 부른 데 이어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모철민 주프랑스 대사(전 교육문화수석), 송광용 전 교육문화수석, 송수근 문체부 제1차관, 유동훈 문체부 제2차관,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 블랙리스트 관련자들을 잇달아 불러 조사했다.
 
한편, 특검팀은 최씨의 단골 성형외과인 '김영재 의원'을 운영하는 김영재 원장도 이날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김 원장은 대통령 자문의도 아니면서 자유롭게 청와대를 출입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진료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3월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동행하는 등 가족 회사를 운영하며 정부로부터 각종 사업상 특혜를 누린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이날 9시5분쯤 특검에 출석한 김 원장은 진료기록부를 왜 조작했느냐는 물음에 "그런 적 없다"며 조작 이유가 무엇인지, 누구로부터 어떤 혜택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조사할 때 다 말하겠다"라고 말했다. 진료기록부 왜 작성했는지, 혐의를 부인하는지, 가족 회사에 특혜가 있었는데 불법성이 없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작성과 관리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기춘(왼쪽)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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