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황창규
KT(030200) 회장 연임에 대한 정치권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졌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연임 구부능선을 앞두고 제동이 걸렸다. 황 회장 외에 대안을 생각지 않은 KT로서는 울상이다.
정의당 윤소하·추혜선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 회장은 즉각 물러나고 CEO추천위원회는 황 회장의 연임 우선 심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두 사람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국정농단에 휘말리며 법률 조언을 맡긴 사람이 현재 KT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공안검사 출신의 정동욱 변호사"라며 "공안검사 출신이 통신회사 KT의 사외이사를 맡은 점도 의아하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을 통해 청와대가 사외이사 인선에도 관여한 점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윤종오·김종훈 무소속 의원도 공동명의의 논평을 내고 황 회장의 연임에 반대했다. KT새노조도 "황 회장이 이동수 전 전무의 낙하산 채용에 개입한 점이 수사 결과 드러났다"며 연임을 반대하고 나섰다.
황창규 KT 회장이 'KT그룹 신입사원 입문교육 수료식'에서 신입사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사진/KT
앞서 KT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청와대의 요청을 받아들여 차은택 전 광고감독의 지인을 광고 담당 임원으로 채용한 바 있다. 또 황 회장은 지난해 2월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에 앞서 청와대에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 반대의 민원 청탁 의혹도 받았다. 박 대통령과의 독대에서는 장시호씨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KT스키단 창단 계획서를 건네받고, 비서실에 지시해 검토케 했다. KT는 2002년 민영화됐지만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사실상 주인이 없다. 때문에 회장 선임 때마다 포스코와 함께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권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잔혹사를 써야 했다.
KT는 당혹스럽다. 인공지능(AI)과 5G 등 차세대 기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황 회장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황 회장을 통해 다시 도약하고 있는 마당에 이런 불미스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자체가 유감"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의당을 제외한 여야의 추가 움직임이 없다는 점은 위안이다. 지난 2014년 취임한 황 회장은 오는 3월로 3년간의 임기가 만료된다. 실적은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4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3개 분기 만에 전년 연간 영업이익 1조2929억원에 근접했다. 조직 전열도 재정비되면서 그간의 나태함을 벗어던졌다는 평가다.
CEO추천위원회에 연임 의사를 밝힌 황 회장은 이달 초 CES 전시장을 찾아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 등 글로벌 IT 기업들의 수장과 만나며 적극적인 세일즈에 나섰다. 황 회장은 지난 20일 성남시 분당구 KT사옥에서 열린 신입사원 입문교육 수료식에도 참석해 "융합형 인재로 성장해 KT가 혁신기술 1등 기업으로 탈바꿈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CEO 추천위는 현재 황 회장의 회장 추천 여부를 심사 중이다. 황 회장이 회장 후보로 적격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다른 후보를 찾게 된다. 차기 회장은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된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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