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양파와 건고추는 '식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전직 간부 2명에 대해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식품위생법 위반·업무상배임 혐의로 aT 전 차장 조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aT 전 처장 송모씨도 벌금 700만원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원심이 양파와 건고추가 식품위생법상 식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 조씨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식품위생법상 식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또 "양파와 건고추가 식품위생법상 식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국민의 식습관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식품안전관리체계에도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양파와 건고추는 그 자체로 현행 식품위생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식품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행위 당시 이미 식품위생법 제7조 제1항의 위임에 따라 식품의 기준과 규격을 정한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인 '식품의 기준 및 규격' 중 '제2. 식품일반에 대한 공통기준 및 규격'의 '5. 식품일반의 기준 및 규격'에서는 양파·고추를 비롯한 농산물의 중금속 기준뿐만 아니라 건고추의 곰팡이독소 기준과 농약 잔류허용기준을 규정하는 등 식품 관련 법령과 고시에서 양파와 건고추가 식품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조씨와 송씨는 지난 2011년 2월 중국산 양파 1000톤을 수입한 후 일부가 냉해를 입어 짓무름이 발생하고, 그 주변에 곰팡이가 빠르게 확산되는 등 부패가 진행되는 것을 확인했는데도 수입량 중 480톤을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같은 해 9월과 10월 aT 규격에 맞지 않는 곰팡이, 흙먼지 등이 묻어 있는 중국산 건고추 약 245톤을 수입한 후 이중 240톤을 판매하고, 그해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곰팡이, 흙먼지 등이 묻어 있는 건고추 230톤이 포함된 건고추 2836톤을 수입해 보관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앞서 조씨는 2010년 3월 중국 건고추 수출업체의 국내 계약대리인인 H사와 건고추 104톤을 수입하기로 하는 수의계약을 체결한 후 그해 12월 H사의 건고추를 정밀 검사한 결과 수분함량이 26.4%로 측정되었으나, 담당 직원에게 정밀검사 기준대로 하지 말고 농산물품질관리원의 검사결과인 21.4%를 기준으로 해 구상금을 산정하라고 지시해 H사에 수분초과 구상금 차액인 2만6782달러(약 3083만)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면서 국가에 같은 금액의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조씨에 대한 업무상배임 혐의만을 유죄로 인정해 조씨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송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이들이 수입한 건고추나 양파는 그 수량 전부가 식품위생법 제4조가 정한 인체의 건강을 해치거나 유해·유독물질이 묻어있을 우려가 있는 식품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면서 1심을 파기하고, 조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송씨에 대해서도 "조씨의 범행에 대해 암묵적으로 공모했다고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고 유죄로 판단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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