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박근혜 대통령 측이 1일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에서 “재판관 임기를 이유로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미리 정하는 것은 심판결과의 공정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할 우려가 있다”며 헌법재판소 재판부를 압박했다. 박한철 헌재소장이 전날 퇴임한 뒤 열린 첫 8인체제 변론에서 대통령 측이 재판부를 공격한 모양새다. 박 소장은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는 3월13일 전에는 선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대통령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는 이날 열린 변론에서 “탄핵심판 결정에 헌법재판관의 정족수가 적정선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전혀 이의가 없다”면서도 “헌법재판관의 임기와 정족수 문제는 헌법과 법률에 의해 임기가 종료되는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하는 절차를 거치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후임 헌법재판관 임명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 대법원, 국회, 행정부 등에 그 절차를 밟아줄 것을 요청해 헌법이 정한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 인원 및 구성의 비율을 유지하도록 요청해야 할 책무는 헌법재판소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책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 후임재판관의 선임이 이뤄지지 않을 것을 전제로 충분한 심리를 거치지 아니한 채 짧은 심리기간을 통해 국가운영의 최고책임자에 대한 탄핵심판을 선고하겠다는 것은 사안의 선후에 대한 인식에서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또 “재판부는 검사가 작성한 수사기록의 부당함을 입증하려는 피청구인측 증거신청을 대부분 채택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이어 “진정한 진검승부를 원한다”면서 “그러나 재판부가 피청구인 측에 불리한 자료가 대부분인 수사기록에 의존하면서 피청구인이 신청한 증인들을 채택하지 않는 것은 소위 ‘조서재판’을 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청구인 측에는 예리한 일본도를 주고, 피청구인에게는 둔한 부엌칼을 주면서 공정한 진검승부를 하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장 권성동 의원은 “신속한 선고는 결론을 떠나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그동안 3차례 준비절차와 9차례 변론을 했다”면서 “피청구인 대리인은 불필요한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했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증인도 신청해 노골적인 지연을 하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신속히 마무리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오전에 열린 증인신문에서는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안보실 1차장)이 나와 “9·11 테러 등 어느 경우에도 미국에서 대통령에 책임 있다고 하는 것을 들어본 적 없다”며 “모든 건 현장 지휘 시스템에 책임이 있다. 성수대교 붕괴사고 때 대통령이 탄핵됐다는 소시를 들어본 적 없다”며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외교·안보 정책 관련해 최순실씨가 정상회담 말씀자료와 연설문 작성에 개입하는 게 가능하냐”는 대통령 측 신문에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일축했다. 김 수석은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신문에서 “박 대통령은 자주·주인의식이 투철하다. 약속한 거 반드시 지킨다. 모든 책임은 당신이 진다는 의식이 강하고 나라·겨레사랑이 누구보다 투철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는 위안부 할머니 피해가 알려지고 24년 만에 이뤄졌다. 이전 정부는 다루기 꺼려했다”면서 “11년 만에 북한인권법이 제정됐고, 한미 우주협정이라든지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체결했다”며 박근혜정권 정책성과를 노골적으로 홍보했다. 한편 이날 변론은 박한철 소장이 퇴임한 뒤 열린 첫 재판관 8인체제 변론이었다. 소장권한대행은 관례에 따라 선임 재판관인 이정미 재판관이 맡았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서 변호인단의 출석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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