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창조경제 기조 아래 정부가 창업으로 젊은이들을 내몰면서 지난해 새로 생긴 법인 수만 10만개에 육박했다. 벤처투자도 사상 최대치다. 올해 역시 창업·벤처에 정책 지원이 집중되면서 또 한 번의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반면 그늘도 짙다. 정부만 믿고 준비도 안 된 예비 창업자들이 창업에 뛰어들면서 부작용도 초래했다. 많은 창업자들이 초기 창업 단계에 머물다 사라질 뿐, 좀처럼 질적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설법인 수는 창조경제를 국정과제로 내건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5만~6만개에 머물렀던 신설법인 수는 2013년을 기점으로 매년 1만여개씩 증가하는 추세다. 1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신설법인 수는 9만3768개로, 2014년 8만개를 돌파한 이후 1년 만에 9만개마저 넘어섰다. 지난해 11월 기준(1~11월 누적) 신설법인 수는 8만7621개로, 12월 수치까지 더할 경우 10만개 턱밑까지 도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설법인 및 벤처기업 추이.사진/뉴스토마토
벤처투자액 역시 2년 연속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지난 2015년 벤처투자액은 2조858억원으로, 벤처 붐이 불었던 2000년 세워진 최고치(2조211억원)를 15년 만에 뛰어넘었다. 이어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3.1% 증가한 2조1503억원을 기록하며 또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표가 뚜렷하게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정부는 고무됐다. 올해 역시 각종 정책 지원을 통해 창업 열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창조경제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18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창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3조50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 조성 등 대대적인 창업 지원책을 마련했다.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은 올해 정책의 최대 화두로 '일자리 창출'을 꼽았고, 이를 위한 정책방향으로 '창업·벤처 활성화'를 제시하며 연초부터 고삐를 죄고 있다.
정작 현장에서는 정부의 '창업 만능주의'를 꼬집는 목소리가 높다. 실적에 연연하면서 지원 또한 외연 확대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벤처기업으로 인증받은 벤처확인기업은 2015년 기준 3만1260개로, 전년 대비 4.5% 증가에 그쳤다. 현 정부 4년 동안 매년 10%대 증가세를 이어온 신설법인과 비교해 질적 증가폭은 크지 않다. 같은 기간 연매출 1000억원대의 벤처1000억기업은 평균 2% 증가했으며, 벤처1조기업은 오히려 감소했다. 창업 숫자만 늘렸을 뿐 질적 성장은 오히려 둔화됐다.
이로 인해 투입예산 대비 창업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창업이 실패할 경우 돌아올 개인과 국가경제에 대한 피해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크다. 기술창업조차 초기 자본이 떨어지는 2~5년 사이를 버티지 못하고 대부분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창업 6년차인 김모씨는 "해외의 경우 충분한 검증 절차를 거친 후에 정부 지원이 이뤄지고 있어 창업 실패율이 낮다"면서 "우리나라는 정부 지원 이후 창업 준비를 하기 때문에 예산은 예산대로 낭비되고 실패율도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로부터 사무 공간을 지원받은 청년 창업가 이모씨 역시 "정부에서 창업 지원자들에게 제공하는 센터 내 공간이 창업 이후 몇 개월도 못가 하나둘 비기 시작한다"며 "창업자 수만 늘리기에 급급한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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