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잇따른 기내 난동 사건에 항공 보안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업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부 행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보안 강화에 대한 취지는 공감하지만 여론만 의식한 보여주기식 행정은 오히려 항공사 보안 강화 활동에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기내 난동 대응 강화 방안이 현장 실정과 엇박자를 내면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있다. 그동안 애매한 기준과 솜방망이 처벌로 상황을 좌시하다 뒤늦게야 강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그마저 항공사들의 자구적 노력을 촉구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국토부는 앞서 지난달 19일 기내 난동 등 불법 행위를 한 승객에 대한 즉시 제압 및 구금과 이를 위한 테이저건 사용 절차 요건을 완화한 바 있다. 승무원과 다른 승객들이 위급한 상황에서만 사용 가능했던 테이저건 사용 절차를 유연하게 함으로써 원만한 제압을 돕는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난동 승객에 대해 즉각 조치를 하지 않은 항공사에 최대 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한 부분이 논란이 되고 있다. 각 항공사들 역시 업계에 지난친 부담을 주는 조치라는 반응이다.
이에 국토부는 항공보안법 개정을 통해 처벌 수위 강화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안전 운항 저해 요소 관리에 대한 책임을 항공사가 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기내난동 대응 등 항공보안이 업계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가 명확한 기준과 지원없이 항공사 의무만 강조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난동승객 제압술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화방안 도입 이후에도 여전히 애매한 기준 역시 항공사들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국토부는 현재 3단계로 나뉘어진 위협 조치 단계에 따라 '난동 승객을 사전 절차 없이 즉시 제압·구금하도록 한다' 정도로 규정하고 있다. 즉각 대응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향후 승객 인권을 비롯한 과잉 진압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와 국제민간항공기구가 정한 국제기준이 난동승객에 대해 언어적 종결을 시작으로 속박·구금, 무력에 의한 속박·구금, 모든 가용 자원과 무력 사용 등 총 4단계의 명시적 기준을 제공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특히 서비스 품질에 민감한 항공업 특성상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압을 한다 해도 과잉진압 관련 논란이 불거질까 승객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를 행하지 않는 항공사에 과징금까지 물게 한다는 것은 업계에 책임을 떠넘기는 형국이라는 입장이다.
만약 이에 대해 항공사가 이의를 제기한다 해도 이를 심사하는 것 역시 과징금을 물게한 정부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고, 소위 '찍히는 게' 두려운 항공사 입장에서 쉽사리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황호원 항공대 교수 겸 항공보안포럼 위원장은 "정부가 대응 강화 기조를 보이며 승무원들에게 사법 경찰과 동일한 지위를 부여했지만 각 사별 실습 훈련만 강조할 뿐 법적지위나 이론 교육에 대한 지원은 없는 상태"라며 "정부 파견 전문가에 의한 교육이나 최소한 시청각 자료라도 필요하지만 그마저도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직접 실행에 옮기는 각 항공사가 현실적으로 구현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의무를 부과하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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