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삼성전자(005930) 위상이 추락했다. 5년 만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애플에게 내준 데 이어,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도 중국의 오포에게 왕좌를 빼앗겼다. 기대를 불러모았던 갤럭시노트7이 잇단 발화에 조기 퇴출되면서 중저가 폰 등 파생 라인업도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미지제작=뉴스토마토)
5일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아시아·태평양 스마트폰 시장에서 9.4%의 점유율을 기록, 5위로 급전직하했다. 오포, 화웨이, 비보 등 중국 빅3의 추격에도 3분기까지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삼성전자는 4분기 들어 네 계단이나 순위가 추락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최고의 걸작'이란 평가를 받던 갤럭시노트7이 품질 논란을 이기지 못하고 단종되면서 시장 구도도 급변했다.
이 기간 오포는 아시아·태평양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2.3%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오포는 지난 2015년 4분기만 해도 시장점유율이 6.7%에 불과했다. 하지만 1년 만에 2배 가까이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무섭게 성장했다. 특히 오포의 베스트셀러 R9와 R9s가 안방인 중국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인도·인도네시아·태국 등 신흥시장에서도 거침없는 점유율 확대로 삼성전자 빈 자리를 적절히 공략했다.
2위는 점유율 12.2%를 기록한 애플이 차지했다. 유일한 경쟁작 갤럭시노트7이 사라지면서 아이폰7이 프리미엄 시장을 마음껏 활보했다. 애플은 아이폰7 시리즈의 활약에 힘입어 힘입어 2017회계연도 1분기(2016년10월~12월) 역대 최대 아이폰 판매량과 매출 기록을 세웠다. 2011년 4분기 이후 5년 만에 글로벌 시장 1위도 탈환했다. 3위는 11.1%의 점유율을 기록한 화웨이가, 4위는 10.9%의 비보가 기록했다. 샤오미와 ZTE도 각각 6.3%, 3.3%의 점유율로 6위와 7위에 올랐다.
2위 애플과 5위 삼성을 제외한 1위부터 7위까지를 중국이 휩쓸었다. 파죽지세다. 특히 후발주자인 오포와 비보는 모두 중국 전자업체인 BBK전자의 자회사로, 이들의 합산 점유율은 23.2%다. 삼성전자(9.4%)와 애플(12.2%) 등 글로벌 선두주자들을 압도하는 수준으로까지 성장했다. 오포와 비보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는 신흥 강자다. 현재 오포는 50만원대 중가형을, 비보는 80만원대 고가형 스마트폰을 각각 주력으로 생산하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에서도 애플에 1위 자리를 내줬다. SA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775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 시장 점유율도 17.7%에 그쳐, 최근 6년 사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애플은 같은 기간 783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면서 점유율 17.8%를 기록,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지난해 3분기만 해도 삼성전자가 20.1%의 점유율로, 12.1%의 애플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역전이다.
반면 삼성의 추락은 일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관건은 올 상반기 출시될 차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의 흥행 여부로, 그 전까지는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기회가 없다. 일각에서는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시장 신뢰도가 추락, 갤럭시S8 성공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갤럭시S8은 다음달 29일 미국 뉴욕에서 공개된 후 오는 4월21일 공식 출시될 것으로 전해졌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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