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결제·배송, 4년째 제자리…50억 예산만 낭비
'장보기 및 배송서비스' 되레 9곳 줄어…상인은 고령층인데 스마트폰 앱 써라?
2017-02-13 17:53:56 2017-02-13 18:00:08
[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정부가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결제·배송서비스가 4년째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연간 약 10억원의 사업비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구축 등 지금까지 50억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이 고연령대인 시장 상인의 접근성에 대한 고려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정책을 운용한 것이 패착이었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청이 전통시장에 '장보기 및 배송서비스'를 도입한 것은 지난 2013년 8월 말부터다. 고객이 전통시장 콜센터에 물품을 주문하면 도우미가 물품을 대신 구매해 직접 배달하거나, 배송직원을 통해 배달해주는 방식이다. 중기청은 전국 50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인건비 등 운영비용 일부를 2년간 시장당 연간 2000만원 이내에서 지원했다.
 
이듬해인 2014년 중기청은 3억원을 들여 '매력 넘치는 우리시장'이란 모바일 앱을 출시하며 전통시장의 주문과 배송에 또 다른 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앱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수년간 무용지물로 방치되고 있다. 앱 출시 3년이 다 되어가지만 시장 소개와 연락처만 안내할 뿐, 결제서비스는 여전히 제공되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전통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당시에도 정부 정책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었다"면서 "앱으로 쿠폰을 발행해도 사용하는 손님도 없을 뿐더러 상인들조차 모바일 앱 서비스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300여개 상점이 있는 해당 전통시장의 경우 상인들의 평균 연령은 50대 후반이다. 이 관계자는 "모바일 앱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상인들이 매일 상품을 올리고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상인조차 많지 않다"며 "정부 지원이 한시적인데 지원이 끊기고 나면 개발, 업그레이 등 모바일 앱을 운영할 수 있는 여력도 안 된다"고 말했다.
 
50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현재 정부가 운영 중인 장보기·배송 서비스의 질은 2013년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중기청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현재 장보기 및 배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전통시장은 41곳이다. 서비스를 도입한 2013년보다 오히려 9곳이 줄었다. 방식도 이전과 다르지 않다. 전통시장 상인회에 전화로 연락한 후 장보기와 배송을 요청해야 한다. 
 
이조차도 이용하는 소비자가 드물다 보니 일부 시장은 명목상 해당 서비스를 이어갈 뿐이었다. 하루 10~20건의 배송 서비스를 받고 있는 서울지역 내 한 전통시장 관계자는 "하루 몇십건의 배송 요청으로는 수지를 맞추기가 어렵다"며 "정부 지원이 끝나는 지난해 배송 서비스를 접으려고 했는데 지원을 연장해 줄테니 이어갈 것을 권해서 현재 유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현재 전국 41곳의 전통시장에서 장보기 및 배송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전통시장의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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