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헌법재판소가 오는 24일을 탄핵심판 변론종결기일로 확정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헌재,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막판 수 싸움이 치열하다. 16일 법원이 ‘청와대 압수수색·검증영장 집행 불승인처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각하하면서 특검팀은 박 대통령 대면조사에 올인하게 됐다. 청와대 압수수색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최종 목표인 박 대통령을 향한 대면조사 압박이 한층 강해질 전망이다.
박 대통령 측도 지난 15일 가처분신청 심리기일에서 "특검이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고 수사 기한인 2월28일까지 급하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대통령 대면조사 등 다른 방법도 있다. 청와대 압수수색은 보여주기식 수사의 전형"이라고 주장한 바 있어 대면조사를 더 이상 거부하기는 무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헌재가 이날 변론종결 기일을 24일로 확정한 것은 3월 초 탄핵심판 선고를 내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때문에 국면은 대리인이 할 수 있는 선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도 “대통령 출석 여부에 대해 이제는 논의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을 포함한 최순실씨 등 국정농단 사범의 전체적인 시선은 탄핵선고 시점에 있다. 탄핵이 기각된다면 모르겠지만 인용이 유력시 되는 지금 시점에서 탄핵결정 시점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것이 박 대통령 측의 목표로 보인다. 별다른 수를 내놓을 것이 없다면 박 대통은 오는 24일 탄핵심판정에 출석해 최후진술을 하는 수밖에 없다. 최후 진술 뒤 탄핵으로 물러나게 되면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형성돼있던 모든 권력체계와 비선들이 무너진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 결정이야 말로 박 대통령과 측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상황에서 특검팀의 대면조사는 박 대통령에게 시간을 벌어줄 수 있는 좋은 빌미다. 그는 앞서 스스로 특검팀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누차 말 한데다가 필요하면 대면조사에도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때문에 박 대통령으로서는 탄핵심판에 출석해 최후진술을 하겠으나 특검팀 대면조사 준비로 시간이 필요하다며 변론종결 기간을 연장해줄 것을 헌재에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최씨도 탄핵심판 증인 소환에는 특검 수사를, 특검 소환에는 탄핵심판 출석이나 법원출석 준비를 이유로 불출석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이런 전략을 직접 차단하기 위해서는 헌재와 특검팀이 동시에 움직여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특검팀 수사연장 승인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특검 수사기간 만료일인 오는 28일까지 대면조사를 거부한다면 탄핵심판 역시 박 대통령에게 끌려갈 수밖에 없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박 대통령이 대면조사나 탄핵심판 출석 모두 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권 당시 ‘내곡동 특검팀’에서 활동한 한 특별수사관 출신 변호사는 “특검팀으로서는 출석통지서를 보내 대면조사를 계속 압박하는 방법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노 변호사도 “박 대통령이 탄핵심판 변론종결 최후진술에 나오더라도 신문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종전에 밝힌 자신의 입장을 되풀이하는 선에서 끝날 것이다. 특검팀으로서는 얻을 것이 없을 것”이라고 말해 이번 수사의 성패가 박 대통령 대면조사에 달려 있음을 뒷받침했다.
왼쪽부터 박근혜 대통령, 이정미 헌법재판관(소장 대행), 박영수 특별검사.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