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스페인)=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갤럭시 빈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스마트폰 전쟁이 펼쳐졌다. 주연으로 떠오른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VR)은 콘텐츠 확보를 통한 서비스화와 수익 모델 창출이 숙제로 남았다. 5세대(5G) 통신은 한국 기업 간 경쟁으로 격화되면서 주도권을 가져왔다. 미국도 5G를 외치고 있지만 유럽 등 나머지 국가들은 아직 시큰둥하다. 지난달 27일(이하 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해 4일간 열전을 펼친 세계 최대 IT·모바일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7'은 2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화웨이 전시 부스가 삼성전자 부스와 맞이하고 있다. 사진/박현준 기자
무주공산에 너도나도 스마트폰 주연
매년 갤럭시S 시리즈를 MWC에서 공개하며 시장을 들뜨게 했던
삼성전자(005930)는 올해 차기작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해 갤럭시노트7 단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만큼 갤럭시S8의 개발과 검증 작업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이유에서다. 품질주의에 손상이 간 터라 시장 신뢰 회복 여부도 달렸다. 삼성전자는 태블릿PC '갤럭시탭S3'와 '갤럭시북'을 내세워 갤럭시S8의 공백을 메우려 했지만 아무래도 파급력은 부족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오는 29일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에서 갤럭시S8을 동시에 꺼내든다.
LG전자(066570)는 MWC 개막 전날인 26일 G6를 공개하며 전야제의 축포를 쏘아 올렸다. 18대9 화면비를 갖춘 QHD+ 해상도의 대화면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전작인 G5의 실험정신 대신 스마트폰 본연의 경쟁력에 집중했다. 이른바 '카툭튀'(카메라가 툭 튀어 나온 디자인)도 없애고 말끔한 디자인으로 무장했다. 갤럭시S7이 선보였던 방수·방진 기능도 탑재해 편의성을 높였다.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오는 9일까지 G6의 예약판매를 진행한다. 정식 출시일은 10일이며, 출고가는 89만9800원이다.
중국 화웨이는 메인 전시장인 3홀, 그것도 삼성전자 맞은편에 대규모 전시부스를 마련하는 맞불의 승부수를 던졌다. 부스에는 스마트폰 신제품 P10과 P10플러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P10 시리즈는 독일 명품 카메라 제조사 라이카와 공동개발한 듀얼 카메라가 탑재됐다. 관람객과 취재진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소니는 4K HDR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엑스페리아XZ 프리미엄으로 재기를 노린다.
블랙베리 부스 전경. 사진/박현준 기자
피처폰 시절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노키아와 블랙베리도 차기작을 선보이며 부활의 기지개를 켰다. 노키아의 라이센스를 인수한 HMD글로벌은 '노키아6' 등 스마트폰 3종과 피처폰 '노키아 3310'을 내놓으며 신·구 수요를 모두 노렸다. HMD글로벌은 노키아 출신의 임원이 설립한 회사다. 지난해 블랙베리를 인수한 중국 TCL은 '키원'을 공개했다. 키원은 블랙베리의 상징인 쿼티 키보드에 소프트 홈키까지 더했다.
MWC 전시장의 삼성전자 부스에서 관람객이 VR(가상현실) 체험 기기를 즐기고 있다. 사진/박현준 기자
AI·VR "주연은 다음 기회로"
당초 이번 MWC를 주름잡을 것으로 예상됐던 AI는 몇몇 부스의 로봇 시제품 시연에 그치며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지만, 아직은 데이터를 더 쌓고 엔진을 정교화하는 등 기술적 완성도를 다듬어야 한다는 평가다. 하지만 간단한 대화가 가능하고 영상을 인식하는 등의 로봇으로 AI의 구체적인 그림을 조금이나마 대중에게 알렸다.
이번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것은 VR 체험이다. 많은 참가업체이 헤드업디스플레이(HUD) 형태의 VR 체험기기를 구비하고, 자사의 서비스나 제품을 VR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놀이공원을 방불케 할 정도의 대규모 VR 체험 기구를 부스에 전진 배치했다. 관람객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며 전시기간 내내 북새통을 이룰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KT(030200)도 동계올림픽 종목인 스키점프와 루지를 VR과 결합시키며 평창올림픽 홍보대사 역할을 거뜬히 해냈다.
한편으로는 서비스로 연결시켜 수익을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MWC에 참가한 한 기업 관계자는 "HUD 기기는 경험도에 비해 즐길 콘텐츠가 여전히 부족하다"며 "콘텐츠를 다양화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서비스로 업그레이드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5G는
SK텔레콤(017670)과
KT(030200) 등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주도했다. 버라이즌과 AT&T 등 미국 이통사들도 5G를 지향했지만 유럽 등 나머지 국가들은 여전히 4G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4G에 대한 투자금도 회수하지 못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5G로 넘어갈 경우 수익성 붕괴를 우려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인텔이나 퀄컴 등 반도체 제조사들과 시스코 등 장비 업체들은 5G 관련 제품을 전시하며 5G 시대 개막을 준비했다.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 이어 이번 MWC도 커넥티드카들이 전시장 곳곳에 배치되며 눈길을 끌었다. 커넥티드카는 자동차 제조사는 물론 이통사와 소프트웨어, 센서 제조사까지 포함하는 첨단기술의 집합체로 꼽힌다. 최진성 SK텔레콤 종합기술원장은 "커넥티드카에 AI까지 더한 완전 자율주행차는 규제 문제와 사고시 법적 책임 소재 등의 사회적 합의까지 마련돼야 한다"며 "2020~2025년은 돼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르셀로나(스페인)=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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