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기약없는 출국금지 조치로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예상 수위를 넘어선 중국 정부의 사드 배치 부지 제공에 따른 보복성 조치들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중국으로 달려가 해명할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롯데마트 영업정지 등 압박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중국정부 인사들과 만나 롯데그룹의 입장을 해명하는 등 '중국 달래기' 행보에 나서야 할 상황이지만 수 개월째 발이 묶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5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이달 중에도 해외출장 일정을 전혀 잡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롯데그룹 내 중국 특유의 ‘관시(關係)문화’를 활용할 만한 이렇다할 거물급 인사가 없는 데다가 신 회장까지 발이 묶여 있어 대책도 없는 상황이다. 정부도 이렇다할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의 해외 출장 계획은 현재로선 잡혀 있는 게 전혀 없다"며 "출국금지가 풀려야 일정도 잡힐텐데 연말부터 연초까지 가뜩이나 해외 일정이 필요한 시기에 발이 묶여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신 회장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지난해 12월 특검에 의해 출국 금지당했다. 같은해 6월 시작된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 검찰 수사로 4개월간 출국금지 당했던 것을 포함하면 사실상 8개월째 총수의 발이 묶여 있는 형국이다.
최근 롯데가 사드 부지 제공을 결정하면서 중국의 보복이 본격화 된 것도 발이 묶인 신 회장에겐 답답할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롯데가 약 3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진행하는 '롯데월드 선양 프로젝트'의 핵심인 '롯데월드 선양'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롯데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징동닷컴도 자사 사이트의 롯데마트 온라인몰을 폐쇄했으며 일부 중국 언론과 소비자들은 불매운동까지 거론하고 있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롯데마트 샤오산점이 지난 4일 영업정지 처분을 받아 현재 계속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롯데는 중국에 투입한 자금만 10조원이다. 현재 유통·식품·관광서비스 등 24개 계열사가 진출해 2만여 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한해 중국 매출도 3조2000억원 규모에 달하는만큼 중국 시장에서의 위기는 그룹 전체의 위기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롯데 면세점의 매출 70%를 중국 소비자들이 담당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과의 갈등으로 인한 잠재적인 손실을 더 클 수밖에 없다.
신 회장도 평소 주기적으로 중국을 방문할 정도로 중국 사업에 신경을 써 왔다. 최근의 위기 상황도 직접 중국을 방문해 고위층을 만나 롯데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수순이지만 국내에 머물며 제대로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외에 '글로벌 경영'도 모두 올스톱됐다. 그동안 신 회장은 소위 '현해탄 경영'을 펼쳐왔다. 신 회장은 수시로 일본으로 건너가 정치·재계·금융권 등 다양한 인사를 일상적으로 만나며 사업 협의를 진행해왔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선 한·일 롯데 장악을 위한 행보로도 이어졌다.
특히 한국롯데의 지주사격인 호텔롯데의 최대지분을 갖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경영상 주요 이슈가 있을 경우 언제든 임시 이사회가 열릴 수 있는 상황이지만 출국금지가 풀리지 않는 한 신 회장은 총수로써 현지 이사회 참석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외에도 여러차례 다른 국가로 해외 출장을 떠나 국가원수나 글로벌 기업인을 만나왔다. 그러면서 롯데 계열사들이 해외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거나 신사업 구상과 관련된 정보들을 얻으며 그룹의 경영을 이끌었다. 이와 같은 일상적이던 글로벌 행보가 8개월째 '올스톱'된 셈이다.
그나마 특검의 수사기간이 종료되고 검찰에 사건을 이첩하면서 신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의 출국금지 해제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져 롯데그룹도 조속한 출국금지 조치 해제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표정이다.
롯데 관계자는 "사드 국면 등 어려운 시기인데 신 회장이 총수로써 운신의 폭이 제한돼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중국 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진행하던 투자 유치 등 다양한 글로벌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산적한 글로벌 현안에도 길어지는 출국금지로 난감한 상황이다. 사진은 지난 1월 신 회장이 롯데월드타워 방재센터를 찾은 모습.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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