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기자] 하루 1200만명이 이용하는 서울지하철이 연이은 안전사고를 막고자 정시성 대신 안전에 초점을 맞춘 안전보강대책을 8일 발표했다.
하지만 양대 지하철공사가 만년 적자에 시달리는데다 정부의 국비 지원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노후 장비·시설 교체가 속도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1974년부터 운행 중인 서울지하철은 1~4호선 1945량 가운데 1184량(60%)이 장기사용 기준인 21년을 넘을 정도로 노후했다.
2011~2015년 동안 발생한 55건의 서울 지하철의 운행 중단 사고 중 1∼4호선에서만 35건이 발생했으며, 최근 들어서도 운행 중단은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날 시가 발표한 안전보강대책은 이러한 심각성을 인지한 듯 지하철의 우선요소인 ‘정시성’을 버리고 안전을 택한 부분이 가장 눈에 띈다.
우선 21년 이상 장기 사용 전동차 중 2~3호선 610량(2호선 460량, 3호선 150량)을 8370억 원을 투입해 2022년까지 신규 차량으로 교체한다.
신규 전동차에는 승강장안전문이 열린 상태에서는 전동차가 승강장에 진출입하지 못하도록 자동 연동되는 ATO(Automatic Train Operation, 자동열차운전장치) 시스템이 적용된다.
개통 후 40여년이 경과된 1~4호선의 전차선로, 열차신호설비 등 7개 분야 21종의 노후시설도 2030년까지 총 2조2000억원을 투입해 개량하고, 120개 노후역사 리모델링도 추진한다.
현재 서울지하철 307개 역사 중 30년 이상 경과한 노후역사는 120개(1~4호선 지하 100개, 지상 20개 역사)로 리모델링 비용은 1개역당 250억원으로 45개 역사 리모델링에 총 1조1250억원이라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또 장애 고장이 급증하는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등 승강편의시설도 전수조사 결과를 거쳐 정밀안전주기를 20년에서 15년으로 단축하고, 양 공사 통합과 연계한 인력 확보로 전문관리인력을 현 99명에서 110명으로 확충한다.
양 공사 통합과 연계해 안전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스마트통합관제시스템’을 2023년까지 구축하여 유사시 한층 더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하게 한다.
안전관리 인력도 역마다 2명씩 총 556명으로 확대하고 지하철보안관 50명을 충원하며, 통합공사 출범에 맞춰 중복업무 인력 393명도 현장부서로 배치하는 등 대대적으로 확충한다.
기관사 및 지원인력 104명을 추가 확보해 1인 승무로 운영 중인 7호선 일부구간에 2인 승무제를 시범 실시해 기관사의 근무환경 개선도 추진한다.
이밖에 이용률이 떨어지는 심야시간대 운행을 단축해 전동차 정비 및 유지보수 시간을 확보하는 운행시간 조정도 검토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안전보강대책에서도 드러나듯이 노후전동차 교체 등 안전시설투자에만 2030년까지 총 7조8066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점차 전동차와 시설 내구연한이 도래하면서 안전관리 재원으로 2011~2016년엔 연평균 3348억원이 필요했지만, 2017~2030년에는 연평균 5576억원이나 필요하다.
반면에 지난해 기준 운송수입 원가보전율이 71.9%에 불과하고, 2억6000명이나 되는 무임승객 손실이 3457억원에 달하는 등 양 공사 누적손실은 약 13조원으로 자본잠식률 58.7%로 부실공기업 해산요건에 해당할 정도다.
양 공사는 현재 부족한 운영자금(2012~2016년 2조6831억원)을 도시철도공채, 공사채 등으로 충당하는 실정으로 재투자 여력이 없다.
결국, 정부의 지원 없이는 아무리 시에서 양질의 안전보강대책을 내놓더라도 재정적 한계에 부딪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시는 적극적으로 다른 지자체와 운영기관이 힘을 모아 무임수송 손실 국비지원, 노후시설보강에 대한 국비 지원을 위해 법 개정은 물론 헌법소원까지 제기하는 등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사당역 4호선 열차 승강장에서 지하철 화재 비상탈출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