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기자] 철도기관사가 9년 전 사망사고를 목격한 후 후유증으로 자살했다면 업무상 재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지하철 기관사로 근무했던 박모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공단이 제기한 상고를 지난 9일 기각하고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다고 16일 밝혔다.
박씨는 서울지방철도청에 입사해 기관사로 근무하던 2003년 1월 경부선 기차를 운행하다 선로 내로 들어오던 자살자를 불가피하게 치어 사망하게 했다. 그는 직접 시신을 수습한 뒤에 기차를 계속 운행 했으며, 이후 사고의 후유증을 동료들에게 호소했지만, 회사의 별다른 조치를 받지 못했다.
박씨는 지하철 기관사로 전보돼 1인 승무 업무를 하면서 고객 항의 등 스트레스에 노출돼 사고 발생 6년 뒤인 2009년 3월부터 우울증 등으로 치료를 받았다. 그러다 2012년 6월 10일 유서를 작성하고 남영역 선로에서 뛰어내렸다.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하였으나 불승인됐고, 이후 재심사청구를 했지만 기각돼 2014년 6월 행정소송을 냈다.
앞서 1심과 2심도 "망인은 평범한 가장으로 살아왔고, 다른 지병을 앓거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았기 때문에 업무상 스트레스를 제외하고는 자살을 선택할 동기나 계기가 될만한 사유가 나타나지 않는다"며 업무상 재해라고 판단했다.
유족 측 대리인인 최종연 변호사는 "기관사들의 사상사고 목격에 따른 후유증과 이로 인한 자살의 업무상 재해에 대한 의미 있는 선례"라며 "근로복지공단은 노동자의 자살에 대해 전향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외상사고를 겪을 수밖에 없는 철도 기관사들에 대한 제도적 보호 조치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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