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미래연구원)“죄악세 부과 목적, 사회적 비용 분담에 둬야”
담배·술·도박 등이 주요 대상…증세·건강증진에 이바지도
2017-03-22 06:00:00 2017-03-22 06:00:00
죄악세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대상에 대해 규제하겠다는 목적으로 부과하는 조세를 일컫는 용어다. 그 대상에는 담배, 술, 도박, 심지어는 청량음료까지 매우 다양하다. 죄악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에게 들어본다. (편집자)
 
죄악세를 직선적으로 정의하면 죄에는 벌이 따라야하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를 하는 자는 죄를 지은 거고, 죄를 지은 자에게 벌을 주어야 하는데 이것이 세금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단순하게 정의하니, 죄악세란 용어가 더욱 어렵게 느껴진다.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 것이 죄인가. 그렇다면 애주가와 흡연자는 지금껏 숱한 죄를 지은 것이다. 이렇게 논리를 전개하다보니 죄악세란 용어가 귀에는 익숙하지만 그 의미로 볼 때 많이 과장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죄악세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 가보면 루터의 종교개혁 단초를 제공한 16세기 로마교황청의 면죄부에서 시작한다. 제정러시아의 표트르 대제(Peter the Great)는 턱수염을 기른 사람에게 세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초기 죄악세로 분류되는 면죄부와 턱수염세는 결과적으로 증세의 목적이외에 어떤 특별한 선의적 목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현대국가의 죄악세는 증세 목적외에 국민의 건강증진 등, 사회적 비용의 분담이라는 목적을 추가로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2015년도 초 실시된 담배가격인상이 담배소비를 줄여 국민의 건강증진이라는 목적을 달성했는지에 대해 상반되는 두 가지 주장이 존재한다. 담배가격 인상 직후 뚜렷하게 감소한 담배반출량과 저소득층과 청소년층에서의 지속적인 담배소비량 감소현상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반면 담배가격 인상이후 일시 줄어들었던 담배반출량이 2016년에는 18.3% 증가하는 등 담배소비가 다시 살아나고 있어 담배가격인상이 담배소비를 줄인 효과는 실패했고 결국 정부가 세금만 많이 거두게 되었다는 것이 반대 측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담배관련세금의 경우 세금을 인상했음에도 담배소비가 줄어들지 않았다면 죄악세 부과는 부과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므로 부과의 정당성이 훼손되는 것인가. 정부가 죄악세를 부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하나씩 나누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증세 목적이다. 죄악세를 신설하는 순간 결과적으로 징수세액은 증가된다. 새로운 세목의 신설이나 세율의 인상은 정부가 증세목적 이외의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증세의 목적은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면죄부는 교황 레오 10세(Pope Leo Ⅹ)가 성베드로 성당의 재건축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고, 박근혜정부의 담배관련세금의 인상도 복지재원의 부족함을 형식적인 세율의 인상을 통하지 않는 ‘증세 없는 복지’의 큰 틀에서 이루려고 하는 목적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둘째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고 사회적 해악을 줄이겠다는 선의의 목적이다. 죄악세를 신설하는 정부가 가장 앞에 내세우는 목적이기도 하다. 담배, 술, 도박, 청량음료 등 국민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에 대해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이러한 대상을 소비하는 소비자의 수요를 줄이겠다는 것이 죄악세의 도입목적이라는 것이다. 공급가격을 높이는 것은 일반적으로 수요를 감소시켜 죄악세를 신설하는 목적이 달성될 수 있다. 하지만 위에 언급된 죄악세 대상은 모두가 중독이라는 문제를 수반한다.
 
중독의 문제는 수요의 가격탄력성을 낮추는 요인이어서 가격을 인상해도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이 줄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 중독이라는 상황은 각 개인마다 다르다. 같은 소비자라도 중독이 된 자와 되지 않은 자는 그 대응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일률적으로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셋째 마지막 목적은 사회적 비용의 분담문제이다. 담배를 예로 들면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질병에 노출될 확률이 높고 이는 의료보험공단의 비용을 증대시키게 되므로 이에 대한 비용을 담배관련세금으로 부담하라는 논리다. 사회적비용을 원인제공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죄악세 도입의 매우 강력한 논리로 작용한다.
 
첫 번째인 증세 목적과 세 번째의 사회적 비용분담 목적은 세수의 증대에 착안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증세의 목적이 세금을 많이 징수한다는 측면에만 관심이 있다면, 사회적비용의 분담문제는 많이 징수된 세금으로 실제적으로 흡연자의 흡연을 줄이기 위한 활동에 우선순위를 두고 지출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차이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논리를 확장하다 보면 담배관련 세금을 올려 실제로 흡연율이 낮아지지 않았다고 해서 죄악세 도입의 논리적 정당성을 찾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상기한 죄악세 도입의 세 가지 목적은 그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어 세 목적을 모두 달성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납세자의 조세저항을 막기 위해서는 위의 세 목적 중 두 번째 목적이 우선순위 측면에서 가장 앞으로 나와야 한다. 아이러니 한 점은 납세자를 설득하기 가장 좋은 두 번째의 목적이 현실적으로 가장 달성이 어려워 결과적으로 비난의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담배와 술과 관련된 세금을 올렸는데도 그 소비가 줄지 않았으니 죄악세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식이다.
 
죄악세 부과의 주된 목적은 사회적 비용 분담에 두어야 한다. 비용 분담 과정에서 선의의 목적이 달성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선의의 목적이 달성되지 못했다고 해 죄악세의 부과 그 자체가 정당화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탄핵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결정으로 오는 5월9일 대선이 있을 예정이다. 대선공약에서 국민의 복지지출 증대에 따른 세수 확보방법은 각 후보들의 공통 관심사이다. 죄악세의 소득역진적인 성격은 해당세목의 도입, 또는 인상의 결정에 원초적인 걸림돌이 된다.
 
하지만 죄악세의 도입이 증세의 목적 이외에 추가적인 선의의 목적이 있는 한 그 목적이 예상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부과 정당성을 절대적으로 훼손하는 것은 아니다. 죄악세의 도입은 징수된 세금이 사회적 비용을 분담하는 과정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의 확산방지와 소득불평등 완화 등에 기여한다면 부과 정당성측면에서 사회구성원의 충분한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본다.
14일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서 흡연 경고 그림이 부착된 담배가 판매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2월 담배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해 12월 흡연 경고 그림 도입 후 담배 판매량은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사진/뉴시스
 
국가미래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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