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특허소송으로 50억원 날릴 판
존속기간연장심판 줄패소 전망…행정력·예산 낭비 지적
2017-03-22 18:18:24 2017-03-22 18:18:24
[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무분별한 의약품 특허소송으로 50억원 이상 소용비용이 증발될 것으로 보인다. 수십개 제약사가 특허소송 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이른바 '묻지마 소송'을 남발했다가 줄패소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행정력과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특허법원은 네비팜이 글로벌 제약사 바이엘을 상대로 제기한 항응고제 '자렐토' 특허권 존속기간연장무효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지난 16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자렐토는 국내서 330억원대가 팔리는 대형약물이다. 바이엘은 2009년 출시하고 2010년 6월 특허청에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을 신청해 인정받았다. 자렐토의 원천특허(물질특허)는 2021년 1월에서 2021년 10월로 9개월가량 늘어났다.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 제도는 의약품 임상과 허가와 관련해 소요된 기간만큼 특허권의 존속기간을 연장해 주는 것이다. 최장 5년 간 연장 가능하다.
 
네비팜은 2015년 3월 자렐토의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서 승소하면 특허연장이 무효화돼 복제약 시판일을 9개월 앞당길 수 있다. 하지만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는 네비팜의 패소 판결을 내렸다. 2심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 무효소송은 첫 심결 사례다. 2심까지 패소하면서 대법원 상고까지 가더라도 국내사가 승소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변리업계에선 이번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 무효소송이 제약업계에 미치는 파급력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나머지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 무효소송도 줄패소가 예견되기 때문이다.
 
현재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 무효소송 건수는 480건에 달한다. 유한양행(000100), 한미약품(128940), 종근당(185750), 대웅제약(069620) 등 44개 국내 제약사가 36개 오리지널 신약을 상대로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각 50건이 넘게 피소를 당한 신약도 5개에 달한다. 상당수는 2심이 진행 중이다. 제약사들이 특허전략 없이 일단 소송을 걸고 보자는 '묻지마 식' 특허소송을 남발했다는 지적이다. 특허소송 비용은 최소 500만~2000만원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1건당 비용을 1000만원으로 가정해도 48억원 정도를 날리게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제약업계에 '따라하기 특허소송' 전략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한다. 의약품특허목록집이 시행된 2012년 이래 특허소송 건수는 3057건에 달한다. 이중 청구인이 돌연 소를 취하한 건수는 767건에 달한다. 경쟁사가 특정 약물에 특허소송을 청구하자 일단 소송에 합류했다가 나중에 실익이 없다고 보고 소송을 빼버린 것이 대다수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 해도 될 소송을 남이 하니까 따라들어갔다가 돈과 시간만 날리게 됐다"며 "480건에 달하는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 무효소송이 무분별한 특허소송의 대표적인 경우다. 의약품 개발 초기단계부터 특허전략을 제대로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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