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이해곤기자]연간 수 조원의 국방 연구개발 투자에도 불구하고, 한국 주요 방산 완제품에 포함되는 핵심기술 경쟁력은 여전히 세계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2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주요 방산제품의 핵심기술 경쟁력 분석과 향후 과제’에 따르면, 주요 방산완제품의 46개 핵심기술 경쟁력은 세계 최고수준(=100)의 7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한국의 국방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2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2010년부터 누적 규모는 13조원을 웃돈다. 이 같은 투자 규모는 영국과 일본, 프랑스, 독일 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국방 예산 가운데 R&D 예산 비중도 6.5%로 미국(10.8%)를 제외한 영국(3%), 일본(2.8%), 독일(2%), 프랑스(1.8%) 보다 높다. 이는 한국의 국방 R&D가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산업연은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실시한 산업연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방산업체의 자체 R&D 투자는 3203억원으로 방산매출액의 2.5%로 선진국 주요 방산업체 평균인 10%에 크게 못미쳤다.
지난해 한국 방위산업의 전반적인 기술경쟁력은 선진국(=100) 대비 86 수준으로 평가됐다. 체계통합(SI) 등 생산기술 분야에서는 선진국의 90 수준까지 근접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전투기, 훈련기, 잠수함, 전차, 자주포, 대공포와 복합소총에 이르기까지 국내 주요 방산제품에 포함되는 핵심 구성품·부품들은 대부분 수입 또는 기술협력생산 정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무인기 엔진 분야가 52.8로 가장 저조했고, 이어 군용헬기 무장분야가 56.1, 전투기·훈련기의 AESA 레이다가 57.1 등이었다.
산업연은 이러한 국방 핵심기술력 저조의 원인에 대해 정부의 국방 R&D 선택과 집중’전략 미흡, 국방기술 개발과 무기체계 개발과의 연계성 부족, 체계종합(SI) 위주의 완제품 개발 방식, 국산화율 산정간 과다계상의 한계 등을 지적했다.
이 외에도 '국방과학연구소(ADD) 개발-업체 생산의 국방 R&D 이원화 구조 장기화, 단위사업 내 한정된 핵심기술·부품 개발방식, 양산·운영유지 중심 국산화 정책의 한계, 방산원가 보상 및 정부 소유권 독점 등에 따른 업체의 핵심기술 R&D 투자유인 부족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풀이했다.
이에 대해 산업연은 먼저 주요 방산완제품 내 수입에 의존하는 핵심기술·부품 국산화에 R&D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항법장비(EOTS), 피아식별장비(IFF) 등에 있어서는 정부(ADD) 주도의 집중 투자와 함께 필요시 개발사업과 분리해 핵심기술·부품 개발사업을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뿐만아니라 자체 R&D 투자 확대를 위해 규제 해소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원준 산업연 방위산업연구부장은 "그동안 우리나라 국방 연구개발은 무기체계 전력화 일정 준수 등에 쫓겨 방산 완제품에 포함되는 핵심기술·부품 개발에는 다소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며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주요 방산 완제품의 핵심기술·부품 경쟁력 제고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과 주요국의 국방 예산 대비 국방 R&D 예산 비중 비교. 자료/산업연구원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