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세월호 배수를 위한 천공작업을 두고 유가족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결국 평형수(밸러스트) 탱크에 대한 천공작업이 취소됐다. 하지만 인양 과정에서 빚어지는 갈등을 두고 인양 주체인 해양수산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철조 해수부 세월호인양추진단장은 3일 목포신항만에서 브리핑을 갖고 "세월호 평형수 탱크에는 구멍을 뚫지 않기로 했다"며 "D데크 천공을 위한 시험 천공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수부는 이날 오전 10cm 크기의 구멍을 1개 뚫은 뒤 문제가 없을 경우 선체 좌현 D데크에 21개의 구멍을 뚫어 배수를 할 예정이다.
반잠수 선박 화이트마린호 위에 올려진 세월호는 무게를 줄여야만 육지로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다. 세월호를 육지로 옮길 모듈 트랜스포터(M/T)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는 총 1만3000톤. 하지만 현재 세월호의 무게는 1만3460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세월호 선체 내에 있는 해수와 펄 등을 제거해야 모듈 트랜스포터 위에 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일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세월호 선체를 빨리 올려야 한다는 시급성 때문에 선체 하부 쪽에 시험 파공을 우선 허락하기로 했다"고 발표했고, 평형수 탱크도 천공대상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세월호의 침몰 원인 가운데 가장 유력하게 손꼽히는 부분이 바로 평형수 부족으로, 유가족들은 평형수 탱크에 구멍을 뚫을 경우 이를 규명할 수 있는 증거가 사라질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이를 우려해 왔다. 지난 2015년 중앙해양안전심판원도 세월호의 평형수가 기준치인 1703톤보다 941.8톤이 부족한 761.2톤에 불과해 불안정한 상태였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문제는 천공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선조위와 해수부, 그리고 유가족들 사이에 전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인양 과정에서의 해수부의 결정은 몇번씩 번복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단장은 "선체 내 중량 분포 잔존유 분포 해수 분포 등에 대해서는 수시로 모니터링하면서 집중적으로 관리해야할 형편인데 긴박하게 흘러가다보니 유가족에게 미처 말씀드리지 못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3일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서 반잠수선에 실린 세월호의 육상거치를 위해 작업자들이 세월호에 구멍을 낼 작업용 드릴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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