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26만여명의 청년층이 공무원시험 준비에 몰두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따른 경제손실이 매년 17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창 일해야 할 청년층이 대거 공시에 몰리면서 생산과 소비에서 큰 규모의 경제적 기회비용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5일 현대경제연구원은 '공시의 경제적 영향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시험 준비에 그 능력을 집중하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이라고 판단했다.
우리나라의 청년 노동시장은 경제활동참가율과 실업률이 동시에 증가하면서 신규 일자리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다.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11년 43.8%에서 2016년 46.9%로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인데 청년층 실업률도 같은 기간 7.6%에서 9.8%로 급증했다.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유입되는 만큼 신규 취업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층에 대한 신규채용이 부진한 데다 산업 구조조정 여파까지 더해져 취업준비인구도 많아지고 있다. 올 1월의 경우 1년 전보다 13.6%나 증가해 취업준비인구는 69만2000명으로 급증했다. 경제 내 고용창출력 저하로 청년들이 안정적인 일자리인 공무원 준비에 몰리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일반공무원을 준비하는 청년은 2011년 약 18만5000명에서 작년 25만7000명까지 급증했다. 이에 공무원시험의 응시자 수는 사상 최대다. 9급 응시자 수는 2011년 약 14만3000명에서 올해 22만8000명으로 증가했고, 7급 응시자 수도 같은 기간 5만7000명에서 6만7000명으로 늘었다.
연구원은 공시의 경제적 손실이 연 17조9139억원으로 작년 명목 GDP 대비 약 1.1%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공시가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역기능과 순기능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역기능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먼저 공시생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시험 준비를 함으로써 생산과 소비 측면에서 기회비용이 크다고 지적했다. 공시생들이 일을 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생산 측면에서의 기회비용과 취업했을 때 소득을 통해 소비를 하는 부분의 기회비용이 추가로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시험 준비 과정에서 지출하는 교육비, 생활비 등 개인 소비 측면은 경제에 순기능으로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공시생의 범위는 작년 2016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집계된 청년층 비경제활동 인구 498만 명 중 5.2%인 25만7000명으로 봤으며 1인당 연간 지출액은 약 1800만원으로 잡았다.
즉 공시생들이 생산활동에 참여하지 않아 발생하는 기회비용(15조4441억원)과 취업 후 지출이 예상되는 소비 기회비용(6조3249억원)을 더한 역기능적 기회비용은 21조7689억원에 달했다. 순기능적 지출은 4조6260억원으로 결국 공시가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역기능이 순기능보다 17조1429억원 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공시생이 증가한 원인은 '질 좋은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으로 그 책임은 전적으로 고용창출력을 확보하지 못 한 한국 사회에 있다"며 "민간 부문에서 좋은 일자리가 보다 많이 창출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신규 일자리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일자리에 대해 임금 등 고용조건을 개선하고 고용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학력과 일자리 간 미스매치 심화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고등학교와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직업 현장 중심 교육을 강화하고, 노동시장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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