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나윤주기자]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지상파 방송의 심야시간대 방송(오전 1시~6시)허용 논란에 대해 '아직 이르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19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했다.
지난 연말 방통위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오전 1~6시까지의 심야시간대 지상파 방송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케이블TV 업계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케이블TV 업계는 지상파의 심야방송 허용 자체에 대한 반대보다는, 이미 산적해 있는 민영미디어렙, 간접광고와 가상광고 등 방송광고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사안들에 대한 논의가 더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성기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사무총장은 "지상파 심야방송 허용에 대한 논의는 현재 시행하기로 결정이 된 가상광고와 간접광고, 미디어렙 제도 시행 후 시장에 대한 대한 평가와 광고시장의 지상파 쏠림 현상 등을 지켜본 후에 논의를 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의 유료방송이나 공영방송이나 모든 방송매체가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잘못된 우리 방송시장의 수익구조를 바로잡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광고시장에 의존해 있는 방송 플랫폼에 대한 정립 없이 규제완화 측면에서만 정책을 펼 경우, 광고는 계속 지상파에 쏠릴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성 사무총장은 "필요할 때마다 하는 '땜빵'식의 처방이 아니라 건전한 지상파와 유료방송들이 성장할 수 있는 전체적인 방송시장의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며 말을 이었다.
케이블TV 업계에서는 지상파 심야방송허용에 대해 지난 2005년 지상파의 낮시간대 방송을 허용하면서 명분으로 내세웠던 '소외계층 대상 프로그램 확대'도 잘 지켜지지 않은 채 인기 드라마나 오락프로그램 재방송에 치중한 점과 상업적 프로그램이 더 편중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현재의 방송통신 융합환경을 볼 때 방송시간을 규제하는 방식이 현재 상황에는 맞지 않다고 보지만, 지상파 방송이 우리 방송시장을 차지하는 독과점적 지위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한 대응방안도 같이 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케이블TV 업계가 이번에 제출한 의견서도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지상파의 광고 독과점 현상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기존 케이블TV의 광고를 뺏는 게 아닌 새로운 방송광고 수요가 생길 가능성을 언급하며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또 방통위 측은 지상파 방송의 광고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를 보면 심야시간 방송이 허용된다고 해서 별도의 쏠림현상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케이블TV 업계가 지적하는 방송의 수익구조 문제에 대해서는 광고 의존을 줄이기 위한 방송 수신료 인상 등의 문제는 지금 큰 틀에서 논의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상파가 낮방송 허용시 약속한 소외계층 대상 프로그램 확대 조건을 지키지 않고 인기프로그램 재방송에 집중한 데 대해서는 2005년 당시 법적 제재가 아닌 '권고'에 그쳐, 사실상 의미가 없었음을 인정했다.
김정태 방통위 지상파방송정책과장은 "방송 허용에 대한 규제로 '권고' 이상의 제재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 "필요하면 그 제재 방식에 대해서도 위원회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과장은 일부에서 우려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저급화' 문제는 편성비율 규제나 조건 등의 형식으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상파의 심야방송에 대한 전체적인 규제 계획은 연초에 대통령 업무보고에 반영이 되고, 구체적인 허용 일정과 방식을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 절차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3월 쯤에는 초기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관계자에 따르면, 올 연말에 지상파 사업자 재허가가 예정돼 있는데 이와 연계돼 지상파 심야방송 문제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으며, 위원회 논의 결과에 따라 재허가와는 무관하게 더 빨리 규제완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
한편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측은 이번 의견서 발표 이후에도 필요하다면 지상파의 심야방송의 시기 뿐 아니라 하는 방법 등에 대해서도 추가로 의견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토마토 나윤주 기자 yunj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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