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는 왜 '반문재인'에 올인할까
"문 후보 진영의 독선 탓" vs "안철수는 타협 가능하지만 문은 불가능해서"
2017-04-11 16:50:10 2017-04-11 16:50:10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5·9 대선구도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독주체제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양자구도로 재편됐다. 보수진영 중심의 반문(문재인) 성향 표들이 자신들과 타협이 어려운 ‘문재인 대통령’ 탄생 저지를 위해 당선 가능성이 있는 안 후보에게 집결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그 와중에 보수당 후보들은 5% 안팎의 군소후보로 전락했다. 보수표심은 왜 이렇게 지지정당을 버리면서까지 문 후보의 집권을 저지하려는 걸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대표적 보수논객 조갑제씨는 지난 7일 ‘조갑제TV’에서 “10년 주기로 보면 이번에는 정권이 좌파로 넘어가는 게 맞는데 좌파가 아니라 안철수라는 중도 정권이 탄생한다면 보수 세력의 패배가 아니라고 본다. 반쪽 정도의 선방으로 바라볼 면도 있다”면서 범보수 진영의 자유한국당 홍준표·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아닌 안 후보를 향한 비판적 지지의사를 밝혔다.
 
실제 박근혜 탄핵국면 이후 약 20%대로 추정되는 보수진영 표심은 문재인을 꺾을 가능성이 있는 후보에게 ‘묻지마 지지’를 해왔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안희정 충남지사 등이 그 대상이었다. 이번에는 그 표심이 안 후보에게 몰렸다. 그 20%가 안 후보의 10%대 고정 지지층과 결합하고 일종의 밴드웨건 효과까지 나타나면서 양강구도를 형성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주목되는 부분은 문 후보를 향한 보수진영의 ‘증오’에 가까운 감정이다. 바른정당 소속의 한 의원은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의 근간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불안감이 보수층에 널리 퍼져있다”며 “안철수도 문제가 많지만 최소한 나라의 근간은 지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문 후보와 소위 친노·친문이라고 불리는 주변 인물들의 독선과 계몽주의가 문제로 지적된다”며 “이러한 인식은 보수진영 뿐만 아니라 야권과 민주당내 비문에도 널리 퍼져있다”고 주장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현시점에서 결국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이 당선되는 것 아니겠냐”며 “보수 입장에서 자신들을 포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 안 후보로 보여서 모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들은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문 후보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득세한 보수·기득권 세력을 가장 확실하게 압박하고 그간 쌓인 사회의 각종 적폐 청산 역시 가능한 후보이기 때문에 그들의 반발이 극심하다는 설명이다. 범야권내 반발도 그들의 정치 기득권을 문 후보가 인정해주지 않아 발생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한 관계자는 “문 후보는 과거 노무현 정부의 2인자로 권력의 구조와 속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안다”면서 “그 때의 경험을 기반으로 소수 기득권층에게 휘둘리지 않고 그 누구보다 냉정하게 사회와 정치, 경제 개혁에 나설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국가정보원과 검찰 등 국가 권력기관 개혁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국회 동의 없이 대통령의 힘만으로도 할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고 문 후보가 상주 역할을 했다. 화장한 뼈를 빻으면서 과연 무슨 생각을 했겠나”고 반문했다. 국정원 인사처장을 역임한 김병기 의원, 박근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의원 영입도 이를 위한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1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국민주권 부산 선대위 출범식 및 부산 비전 선포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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