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청와대 지시라 거부 못해…고통스러웠다"
실무 서기관 증인 출석…"김기춘 통해 내려왔다"
2017-04-12 17:08:43 2017-04-12 17:39:20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문화예술계 인사에 대한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실무 공무원이 상관에게 지속해서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했지만, 청와대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황병헌) 심리로 12일 열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에 대한 2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오모 전 문체부 서기관은 "2013년 하반기부터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에서 예술지원 사업에서 특정인을 배제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문체부에 파견된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 문체부 지시가 내려왔고, 주로 국장을 통해 지시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문예기금 사업을 담당하고 있던 그는 직속 상관인 과장이나 국장에게 계속 이 건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특검 측이 "지원 업무 자체를 거절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BH 지시사항'은 가장 강력하다. 거부하지 못하며, 지시를 받으면 기본적으로 이행하는 구조다"라고 답했다.
 
오 전 서기관은 "문화예술 분야에서 10여 년 이상 근무해서 예술계 사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굉장히 고통스러웠다"며 심경을 밝혔다. 이어 "BH가 연결되는 문제라 기본적으로 저항에 대해 생각조차 못 했고, 어떻게든 예술위 입장을 최대한 전달해 양해를 많이 받고자 했다"며 "집행 사무관 입장에서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오 전 서기관은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지시를 김 전 실장이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도 진술했다. 그는국장 등을 통해 교문수석실은 아니고 '청와대에서 제일 높으신 분'이라고 하면서 '비서실장'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를 받고 있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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