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17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다. 지난달 31일 구속 후 18일 만이다. 지난해 10월 특수본 1기 수사 착수 이후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특수본 2기를 거치면서 6개월간 진행돼 온 '국정농단 사건' 수사는 이날로 사실상 종료됐다.
검찰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수수·제3자뇌물수수·제3자뇌물수수요구)·직권남용·강요·강요미수·공무상비밀누설 등 총 18개 혐의로 기소했다. 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직권남용·강요·특별감찰관법 위반·직무유기·국회증언감정법 위반 등 8개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앞서 기소한 '비선실세' 최순실씨를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제3자뇌물수수·제3자뇌물요구)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또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출연했다가 되돌려받은 70억원을 뇌물로 보고 신동빈 회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롯데와 함께 특혜 의혹이 제기된 SK와 CJ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했다.
지난달 6일 출범한 검찰 특수본 2기는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신 회장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의 뇌물을 공여하도록 하고 최태원
SK(003600)그룹 회장에게 K스포츠재단 등에 89억원의 뇌물을 공여하도록 요구한 두 가지 혐의를 새롭게 인지해 공소장에 적시했다.
앞서 특검팀은 박 전 대통령이 삼성그룹으로부터 받은 뇌물액을 총 433억원으로 봤다. 실제로 받은 금액은 298억원이지만 약속한 금액 135억까지 뇌물액에 포함했다. 이번 검찰 수사로 박 전 대통령의 뇌물액수는 총 592억원으로 159억원이 추가됐다. 롯데가 건넨 뇌물액까지 포함한 규모다. 검찰 역시 지원을 약속한 금액까지 뇌물로 판단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사업자 선정에 탈락한 롯데그룹이 면세점 영업이 지속될 수 있게 해달라는 등 부정한 청탁을 하자 K스포츠재단에 하남 체육시설 건립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을 공여하도록 한 혐의(제3자뇌물수수)가 있다고 봤다. 또 워커힐호텔 면세점 특허사업자 선정에 탈락하고 케이블 방송업체인
CJ헬로비전(037560) 인수 승인을 받는데 난항을 겪고 있던 SK가 현안 해결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하자 89억원을 요구한 혐의(제3자뇌물요구)도 적용했다.
앞서 특수본 1기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직권남용·공무상비밀누설·강요미수 등 총 9개 혐의를 적용했다. 재단 출연금 774억원을 모두 강요에 의한 지원금이라고 판단했다.
또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을 상대로 KD코퍼레이션 납품 수주와 플레이그라운드 광고 수주를 강요한 혐의, 롯데그룹을 상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 지원을 압박한 혐의,
포스코(005490)그룹 상대로 펜싱팀 창단 후 더블루케이와 매니지먼트 계약 압력 의혹,
KT(030200) 상대 최씨 지인 채용 및 플레이그라운드 광고 수주 압력 혐의, 그랜드코리아레저 상대 펜싱팀 창단 후 더블루케이와 선수 전속 계약 압력 혐의를 적용했다.
이외에도 삼성그룹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로 16억2800만원을 지원하게 한 혐의를 비롯해 최씨에게 공무상 비밀 문건 47건을 전달하고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퇴진을 강요했다는 혐의 등도 추가했다.
이후 사건을 넘겨받은 특검은 뇌물수수·직권남용 등 7개 혐의를 추가했다. 먼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 등 그룹 현안 해결 대가로 총 298억원의 뇌물을 수수했다고 봤다. 또 하나은행을 상대로 이상화 본부장 승진 임명을 위해 압력을 행사했고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체육국장 사직을 강요한 혐의를 적용했다. 또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하고 문체부 관계자 3명의 사직을 강요한 혐의도 공소장에 적시했다.
특검팀으로부터 사건을 다시 인계받은 특수본 2기는 지난달 10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이 나온 뒤 11일 만에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이후 6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그 다음날 역대 3번째로 전직 대통령을 구속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구치소로 찾아가 5차례 '옥중조사'했다. 한웅재 형사8부장이 4차례, 이원석 특수1부장이 1차례 조사했다. 박 전 대통령은 그러나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검찰은 이날 우 전 수석이 지난해 5월 대한체육회 및 전국 28개 K스포츠클럽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감사준비를 하도록 한 혐의와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세월호 수사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위증한 혐의를 추가로 인지해 공소장에 적시했다. 혐의사실은 이를 포함해 총 8개다. 그러나 특검이 혐의로 지목한 우 전 수석의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은 지난 9일 구속영장 청구 당시와 마찬가지로 공소장에서 제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29일 청와대에서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제3차 대국민 담화 발표를 마친 후 브리핑룸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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