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청년상인들은 아이디어가 넘친다. 하지만 돈과 경험이 부족해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도 미처 시작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정으로 가득찬 전통시장은 상인들의 오랜 경험이 묻어난다. 그러나 노후화되며 젊은 층을 유인하지 못하고 빈 점포는 늘어만 간다. 이 둘이 만나면 어떤 시너지가 일어날까.
김상미 ICEO실전마케팅연구소 대표는 그들을 이어주는 탁월한 재주꾼이다. 자신의 소개대로 과연 ‘성공 마인드 디자이너’라 할만하다. 비결은 머리가 아닌 발이다. 까칠한 전통시장 상인을 만나면 세 번이고 네 번이고 얼굴을 비추며 마음을 열고, 청년상인이 새 상품을 내놓으면 슬쩍 찾아가 누구보다 먼저 맛보고 조언해준다. 몇몇 전통시장 청년상인 성공사례가 알려진 후 전국 곳곳에 청년상인 바람이 불었다지만, 유독 서울시와 김 대표가 함께 진행한 전통시장에서 청년상인 정착사례가 눈에 띄는 이유다.(편집자주)
ICEO실전마케팅연구소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설명해달라.
B2G, B2C, B2G 등 소상공인과 프랜차이즈를 분석하고 전략을 세워 오프라인은 물론 바이럴·소셜 마케팅까지 컨설팅하는 회사다.
2007년 최재봉 교수가 설립해 온라인마케팅전문회사로 운영하다 2015년 제가 합류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ICEO실전마케팅연구소만의 차별점을 만들고 있다.
지방에 있던 땅땅치킨이 서울에 자리잡는데 도움을 준 것을 비롯해 세어보면 10만건이 넘는 컨설팅 사례를 갖고 있다.
저는 24살에 대학을 졸업한 후 한국전화번호부에서 콜센터와 광고영업부 TA지원업무를 하며 국내의 2700여업종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됐다.
그 곳에서 수천개에 달하는 국내 모든 업종의 구조와 현황에 대해 배워 나중에 마케팅과 컨설팅 분야로 나아가는데 밑거름이 됐다.
이후 프리랜서로 독립한 후 국내 대형 보험사와 증권사의 텔레마케팅과 콜센터 구축 등을 도맡았다.
두 차례 창업에도 도전했으나 쓴 잔을 마시며 제가 돈을 직접 버는 것보다 남을 벌게 하는 것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서울시와 함께 전통시장 청년상인을 진행한지 1년 정도 됐는데 계기와 역할은 어떻게 되는가.
기존에 컨설팅하며 관계를 맺었던 한 소상공인이 박원순 시장과 대화를 나누던 중 우연히 저희 얘기를 했다.
그러한 기회로 2015년 함께 대표를 맡고 있는 최 교수와 박 시장이 만나 수차례 논의 끝에 지난해 5월부터 전통시장 청년상인 육성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서울시에선 사업 대상 전통시장을 선정하고 청년상인이 들어갈 점포와 임대료, 인테리어 비용 등을 지원하면, 저희는 그 곳에 들어갈 청년상인들을 선발해 함께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며 교육한다.
사전교육은 물론 기존 상인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돕고, 실제 영업 개시 이후에도 불시로 찾아가 암행을 하며 전통시장에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함께한다.
전통시장은 기존 상권의 역사와 문화를 무시하기 어려울텐데 어떻게 극복 가능한가.
전통시장에서 활동하는 상인들은 오랜기간 활동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관에서 무엇을 한다고 해서 쉽게 믿지 않는다.
그렇게 때문에 훨씬 더 초기 시장조사단계부터 스킨십을 많이 하면서 자주 얼굴을 비추고 마음을 열고자 노력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맨 처음엔 저를 경계하고 거부하던 상인들도 얼굴 보는 횟수가 늘어나고 살갑게 대하면, 어느 순간 저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저와 청년상인들을 반갑게 맞아준다.
이 과정에서 기존 상인들 가게를 컨설팅이나 SNS·바이럴 마케팅을 해주면 초기엔 입정을 반대하고 냉소적이던 상인들도 앞장서서 마치 자식 대하듯 청년상인들의 애로사항을 챙겨주기도 한다.
제가 그동안 일하면서 배운 것은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라는 말이다.
문서나 서류로 일하지 말고 최대한 현장에 얼굴을 비추면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보이기 마련이다.
서울시의 전통시장 청년상인 육성사업은 다른 기관의 비슷한 사업에 비해 어떠한 부분이 다른가.
저는 저희 연구소가 다른 곳보다 ‘잘한다’기 보다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다른 기관도 교육이나 컨설팅을 하더라도 개업 이전에 그치거나 서류 중심으로 일하는 곳이 많다.
우리는 항상 청년상인과 전통시장 상인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이 사업은 청년상인을 전통시장에 정착시켜 상생하고자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때문에 가장 먼저 청년상인을 만나면 어느 사람은 첫 창업이고, 누구는 경단녀(경력단절여성)이며, 어떤 사람은 지역 출신이라는 등의 각자의 얘기를 듣는데 집중한다.
무엇보다 사업은 청년상인 본인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계획서나 시장 분석 같은 테크닉은 함께 도와줄 수 있지만, 무엇을 누구에게 어떻게 팔겠다는 마인드가 갖춰지지 않으면 나가 떨어지기 일쑤다.
이러한 부분이 모여 지난해 참여한 청년상인들이 정착하는 단계에 이르러 올해 사업이 지속될 수 있다고 본다.
전통시장 청년상인들을 선발할 때 중점적으로 보는 부분은.
긍정적인 마인드와 성공의 의지를 갖고 있느냐를 살펴본다.
다른 기술적인 부분은 부족하더라도 채워줄 수 있지만, 부정적이거나 비관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은 같은 상황이 닥쳐도 포기하거나 상황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때문에 청년상인 지원자들을 만나면 가장 먼저 ‘꿈이 무엇이냐’를 묻고 그들이 특정 상황을 어떻게 표현하는가를 눈 여겨 본다.
대학이나 일반적인 스펙보다도 유사경험을 해 본 것이 중요하다.
요식업을 하려는 사람이 이전에 과외 경험만 있다면 사람 접하는 일에서 감점 요소다.
하다못해 서빙 경험이라도 있다면 사람 접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요리만 가르치면 된다.
이러한 유사경험 없이 자기 감만 갖고 도전하다가는 망하기 십상이다.
지난해 청년상인 사례 중에 모범적인 한 명을 꼽자면.
정릉시장에서 사탕가게 ‘땡스롤리’를 운영 중인 홍미선 씨를 얘기하고 싶다.
홍 씨는 우선 처음 왔을 때부터 사업계획서를 굉장히 잘 써왔으며, 평소 디저트를 좋아하던 성향을 잘 살려 시장조사까지 스스로 했다.
판매하려는 제품 자체는 준비가 잘 됐지만, 시장 판단이나 고객 분석이 부족해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상품치곤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했다는 판단 아래 가격을 낮추자고 제안했다.
홍 씨 스스로도 세 아이를 키우기 때문에 주 고객인 아기 엄마들과의 스킨십도 쉬웠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 비율도 알맞게 가져가고 있다.
유명 브랜드 답례품으로도 많이 나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차츰 큰 비즈니스 기회를 맞이하면 시장 포지셔닝이나 가격 협상 등 소상공인 혼자선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도 예상된다.
청년상인이 1년차 때에는 365일을 겪으며 이해하는 단계라면 2년차부터 각자의 기회와 어려움이 닥치는 시기이기 때문에 2년 동안은 매니징이 뒤따라야 한다.
곧 전통시장 청년상인 2기가 문 여는데 어느 곳에 어떤 개성을 갖고 있나.
세운대림상가는 국내 최초의 전자상가로 서울시 주도로 도시재생이 이뤄지고 있는 지역이다.
비원에서 남산까지 걸을 수 있는 보행데크가 8월에 완성되는 만큼 기존에 각양각색의 상점가에 청년상인들은 요식업을 더한다.
세운대림상가의 특색을 살린 IT 문화를 바탕으로 버스킹, 전시회 등 문화가 어우러지는 가운데 청년상인들이 다국적 요리로 보행자들을 유혹할 계획이다.
금남시장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상인들 평균 연령이 60대에 달하며 노점이 많고 전통시장 역사와 크기에 비해 맛집이 적다.
금남시장 특징을 살려 골목투어가 가능하도록 가방 등을 만드는 가죽공방이나 고급 식기에 먹는 이색적인 떡볶이 등 간단하면서도 특색있는 가게들로 오래된 전통시장에 놀이 개념을 입힌다,
기존 전통상인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풍등에 소원 빌기나 24절기 이벤트 등 전통시장 고유의 다양한 이벤트를 함께 구상 중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업이 진행되는 증산종합시장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 한 곳엔 유명 막걸리 회사와 함께 막걸리 특구를 구상 중이다.
증산동은 원래 물이 좋아 막걸리가 유명한 동네로 젊은 층을 끌어들이고자 막걸리 빚기 체험부터 막걸리 스탠딩 바부터 전통 막걸리까지 증산종합시장만의 개성을 갖춘다.
증산종합시장의 또 다른 지역에는 1인가구가 많은 지역 특성에 맞춰 밥집, 브런치, 뷰티 등으로 전체 전통시장 활성화를 끌어내고 싶다.
청년상인들을 만나다보면 톡톡튀는 아이디어가 많을텐데 몇 가지만 얘기해달라.
세운대림상가에 들어갈 한 친구는 1인가구를 위한 도배서비스가 독특하니 재밌었다.
도배 견적가를 SNS으로 실시간 받아볼 수 있으며, 가상 시뮬레이션도 가능해 혼자사는 친구들에게 어필할 요소가 많다.
세운대림상가가 기존에 갖고 있던 조명과 연결해 실제 지물포로 가지 않아도 1인 인테리어가 가능하면 더욱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전통시장 청년상인 육성사업이 가진 매력과 이 사업을 계속 진행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통시장은 평균 50대, 어느 곳은 60대 상인이 대부분일 정도로 초고령사회를 향해가는 한국 같다.
이러한 전통시장에 청년상인이 들어오고 청년상인으로 인해 시장이 젊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청년상인의 멘토가 돼 단순한 창업교육이 아니라 청년상인의 성장을 함꼐 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가슴뛰는 일이다.
기업가정신과 창업교육이 어려서부터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한동안은 청년상인의 교육과 훈련에 매달려야 할 것 같다.
지금 당장이야 많은 관심을 받다보니 청년상인들은 어느날 일어나보니 갑자기 상인이 되고 유명해질 수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잔존한다는 것은 시장 내에 녹아들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단계별 어려움에 대한 지원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김 대표가 생각하는 ‘청년상인’이란.
꿈·비전·성공이라는 단어는 비슷하게 쓰이는데 무조건 돈을 많이 벌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장사를 한다고 해서 돈만 버는 것이아니래 내가 좋아하고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통해서 본인이 행복해지고 주변을 윤택하게 한다면 돈은 따라온다.
'한 달에 1000만원 벌고 싶다'가 아니라 '어떤 기업가로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력을 주고 싶다'라는 생각이 중요하다.
음식을 만들더라도 ‘1일 매상 100만원’에만 신경쓰면 조리 과정이나 서비스 등 어떤 부분에서 단점이 나타나기 쉬운데 손님이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한다면 매상이 그만큼 오를 수 있다.
결국, 청년상인은 자기 행복을 목표로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들이다.
전통시장 청년상인 육성사업 외에도 현재 관심있거나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청년창업도 매우 즐거운 일이지만,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초·중·고등학교에서 기업가정신이나 창업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아카데미를 만들고 싶다.
아이들이 어린시절부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을 받으면 반드시 대학을 가지 않아도 잘 살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은 물론 이들에게 삶의 다양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일을 하고 싶다.
김상미 ICEO실전마케팅연구소 대표가 17일 사무실에서 전통시장 청년상인 육성사업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김상미 ICEO실전마케팅연구소 대표가 정릉시장 청년상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김상미 ICEO실전마케팅연구소 대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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