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 기자] 오는 2021년 도입되는 IFRS17 기준서가 확정되면서 보험사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회계 기준 변경으로 그동안 저축성 보험을 통해 성장을 이룬 국내 대형 생명보험회사들은 큰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18일 한국회계기준원에 따르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새 회계기준(IFRS17)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를 위해 도입준비위원회 심의를 거쳐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 개선방안을 확정하고 올해 12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번에 확정된 IFRS17에서는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계산해야 하므로 보험부채가 늘어나 준비금을 추가로 쌓아야 하고 적정 기준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자본도 늘려야 한다.
시가평가를 적용하게 되면 금리확정형 상품의 경우 보험부채 규모가 달라진다. 지금은 상품 체결 당시의 금리로 지급 보험금을 계산해 부채로 계산하지만 새로운 제도가 도입 되면 매 분기 혹은 반기 금리로 계산해 과거 계약 당시 보다 금리가 떨어진 지금 상황에서는 손해로 인식된다.
국내 대형 생보사는 과거 고금리로 금리확정형 상품을 많이 팔았기에 현재와 같은 저금리 기조에서는 보험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2015년 6월 기준 생명보험회사의 금리확정형 상품 비중이 43%이고, 이중 금리가 5% 이상의 상품 비중이 31%에 달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생명보험사의 부채가 IFRS17의 적용으로 22조∼33조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지만 2021년 실제 금리가 한국은행 추정보다 더 떨어지면 부채 규모는 이보다 더 증가할 수 있다.
보험부채가 더 늘어나면 그만큼 준비금도 더 쌓아야 하는 데다가 지급여력비율(RBC)도 떨어진다.
RBC 비율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요구자본(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최대손실예상액) 대비 가용자본(손실을 보전하는 데 동원할 수 있는 자본)의 비율로 계산된다.
가용자본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가치로 산출하는데 IFRS17에서 가용자본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재무건전성이 악화한다.
또 수익을 인식하는 기준이 달라져 보험사들은 신규계약을 많이 체결하는 것보다 기존 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저축성 보험보다는 보장성 보험을 파는 것이 유리해졌다.
IFRS17에서는 저축성 보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투자요소는 매출로 간주하지 않기에 이런 상품을 많이 파는 보험사는 매출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 최근 보험사가 저축보험, 연금보험 등 저축성 보험보다는 보장성 보험의 비중을 늘리는 이유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시중 금리 등 외생변수에 의해 재무제표가 바뀌기 때문에 자본 변동성이 심해진다"며 "앞으로 무작정 보험을 많이 팔기보다는 이런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리스크를 어떻게 헤지할지가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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