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58·사법연수원 23기) 대전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전격 임명하면서 국정농단 수사가 본격적으로 재개될 전망이다. 특히 의혹만 난무하고 있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고강도 수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19일 이른바 '돈 봉투 회식' 파문으로 사의를 표명한 이영렬(18기) 서울중앙지검장을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좌천시키고 윤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안태근(19기) 법무부 검찰국장도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됐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인사 발표에서 "최대 현안인 ‘최순실 게이트’ 추가 수사를 원활히 수행할 인사를 승진 인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순실 게이트’로도 불리는 국정농단 사건은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6개월여간 총력전을 펼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했지만 여러 미진한 결과로 부실수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우 전 수석의 경우 검찰이 특검 수사 전 윤갑근(19기) 대구고검장을 팀장으로 내세워 특별수사팀까지 꾸려 수사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을 지난달 17일 8개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하면서도 ‘처가 강남땅’ 특혜 매매나 변호사법 위반 등 개인비리는 무혐의 처분했다.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국민적 요구가 계속되면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 국회의원 45명은 지난달 26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직권남용 등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우병우 특검법)’까지 발의했다.
문 대통령의 윤 검사장 기용은 이 같은 국민적 요구를 전면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영수 특검팀이 수사를 종료하고 공판에 전력하면서, 국정농단 수사의 키는 검찰이 쥐고 있었다. 그러나 정권교체기와 부장검사급 이상 검찰인사를 앞두고 수사는 사실상 종료됐다.
문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고강도 검찰개혁 예고와 함께 국정농단 특별수사본부장을 맡았던 이 전 지검장을 전격 좌천시키고, 특검팀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 지검장을 그 자리에 임명하면서 본격적인 국정농단 수사 재개를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국정농단 수사 부분에서 의혹이 정점인 만큼 윤 지검장이 특수본부장을 맡아 수사를 재개한다면 우 전 수석이 당연히 첫 타깃이 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국정농단 수사 상황을 잘 아는 한 중견 변호사도 "청와대에서 수사재개의 명확한 의지를 밝힌 이상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가장 핵심이 될 것"이라며, "국회가 발의한 우병우 특검법 통과 문제는 보류상태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에 대한 전격적인 감찰 지시도 이런 큰 그림에 대한 일종의 시그널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안 전 국장은 우 전 수석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두 사람은 국정농단 수사 착수 이후 1000회 이상 서로 통화한 것으로 특검조사 결과 드러났다. 앞서 당시 야당 의원들은 안 전 국장을 우 전 수석 수사에 대한 청와대 보고통로로 지목하기도 했다.
윤 지검장이 국정농단 사건 공판을 총괄해온 것도 수사 재개에 더욱 힘을 실을 전망이다. 지금까지 국정농단 사건 공판은 특검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 투트랙으로 진행돼 왔으나 윤 지검장이 사령탑을 맡으면서 사실상 일원화 돼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윤 지검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정농단 사건 공판 유지에 대해 "지금까지 서울중앙지검과 특검의 재판 중재가 이뤄져 그 기조가 유지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또 국정농단 수사 관련해 복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제가 지금 말씀드리기는 적절치 않은 거 같다"면서도 “잘 좀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왼쪽),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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