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국방부의 2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자문위) 대상 업무보고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배치관련 논의가 이뤄져 문재인 대통령의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사드배치가 국내에서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이뤄졌으며, 국회비준 동의를 거쳐 차기 정부에서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자문위 외교·안보 분과위원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진행된 국방부 업무보고 후 기자들과 만나 ‘그간 국방부에서 사드 배치가 (국회) 비준동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 왔는데 오늘은 변경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논의가 있었다"고 답했다. 업무보고에 참석한 자문위 멤버들 사이에서는 사드 배치가 이뤄진 정책결정 과정을 짚어봐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 박근혜 정부는 “사드배치는 군사주권적 사항이며 중국·러시아에 당당히 이야기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한민구 국방장관)는 입장 하에 국내·외 반발을 무릅쓰고 사드 도입 절차를 진행했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이 미국에 특사로 파견했던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은 지난 17일(현지시간)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사드 배치 과정에 절차상 논란이 있었다는 점과 대한민국 국회 내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홍 전 회장을 만나 “사드 문제에 대해 우리가 할 말을 제대로 했다고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국회 동의절차가 본격화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6월 임시국회에서 사드 국회 비준 부분을 맨 처음 거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이 (사드 배치) 비준동의안을 제출하면 국회에서 가동될 것인데, 이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국방부 보고에서는 자주국방 문제도 중요하게 거론됐다. 이수훈 자문위 외교·안보 분과위원장(경남대 교수)은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의 국방은 우리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는 책임국방과 유능한 안보를 국민에게 약속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추진을 언급했다. 대선기간 중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임기 내 전작권 환수를 추진하기 위해 우리 군의 작전기획·연습능력 조기확보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주국방의 기틀을 잡기 위한 핵심전력 확보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가 내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대폭적인 국방예산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내총생산(GDP) 대비 2.4% 수준인 국방예산을 3%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으며 다른 정당들도 국방비 증액을 공약으로 내걸어 내년도 국방예산 증액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지형에 더 적합한 독자적 방어체계(KAMD) 조기개발·배치 등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연계해 방위산업(방산)비리를 발본색원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방산비리를 적폐청산 대상 중 하나로 지목한 바 있다. 방산비리 근절 등을 목표로 방위사업청이 만들어졌지만 그 안에서도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되며 애초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내 문민화율 70%를 조기 달성하고 주요 보직에 민간인을 임명하겠다는 문 대통령 공약도 이에 맞닿아있다. 이날 오후 방위사업청 업무보고에서도 이 위원장은 “지난 시기에 크고 작은 방산비리로 인해 군이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질책과 비난을 받았다”며 “군의 기강을 다시 세운다는 마음으로 방산비리 근절에 지혜를 모을 때”라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국방부 업무보고에는 자문위 측에서 이 위원장과 김 의원 외에 김용현 분과위원 등이, 국방부에서 위승호 국방정책실장, 김인호 기획조정실장, 김학주 국방개혁실장, 강병주 전력자원관리실장 등이 참석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외교안보 분과위원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25일 오전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자문위 회의실에서 논의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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