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국회인 6월 임시국회가 29일 막을 올린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여야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외쳐온 ‘협치’가 본격 무대 위에 오르는 셈이지만, 곳곳에 민감한 현안들이 산적하다.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은 일찌감치 협치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여·야·정이 참여하는 상설국정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또 국회에서도 정세균 국회의장과 각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매주 회동을 갖고 각종 현안 의견 조율에 나서기로 했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국회 전체 의석의 3분의1이 넘는 107석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 협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러나 이러한 여야 ‘협치 모드’는 총론에서나 가능할 뿐 실제 각론에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여의도 정치권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당장 여야 협치의 시험대 격인 문재인 정부 1기 내각 인사청문회부터 여야는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청와대와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국정공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현재 언급되는 후보자들의 의혹이 과거 정권 후보자들에 비해 비교적 가벼운 점을 들어 원만한 통과를 요청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했던 ‘공직자 원천 배제 5대 기준’에 위배되는 인사들을 발탁한 점을 문제 삼아 대통령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며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최우선 처리를 강조하고 있는 10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에 대해서도 여야 시각차가 확연하다. 정부·여당은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꼭 필요하다”며 편성 준비에 서두르고 있지만, 야당에서는 “근본적인 일자리 대책이 아니다”, “국가재정법상 편성 요건이 되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국회비준도 민감한 문제다. 정부·여당은 대선기간 국회 비준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야3당은 사드배치 찬성을 이미 당론으로 하고 있다. 좌우 이념과 대북정책 방향까지 엮여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다.
검찰·국가정보원·언론·재벌 등 각종 개혁정책도 여야는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지만, 방향과 범위, 속도 등에 대한 입장차가 확연하다. 특히 한국당은 검찰 개혁의 주요 방편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에 부정적이다. 또 다중대표소송제 도입과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 재벌 의결권 축소를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 등 재벌 개혁안에 대해서도 지나친 ‘반기업 정책’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조직법 개편도 또 다른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있다. 국정기획위는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벤처부 승격 ▲외교부의 외교통상부 복원 ▲소방청·해양경찰청 분리 독립 등을 골자로 한 개편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는 야당 반발을 감안해 조직개편 범위를 최소한으로 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여야가 협상에 들어가면 잡음이 생길 가능성은 농후하다.
‘이슈의 블랙홀’ 헌법 개정도 살아있는 불씨다. 문 대통령이 ‘내년 지방선거 개헌’ 의지를 재확인한 만큼 국회 논의 자체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5·18 정신 전문 수록’, 권력구조와 선거구제도 개편, 국민 기본권 범위, 지방자치 수준 등 여야 단일안 도출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다만 정부·여당에서는 국민 여론을 등에 업은 무리한 밀어붙이기가 아닌 야당과의 협의를 통한 원만한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기류가 강하다. 과거 노무현 참여정부 당시 ‘4대 개혁법’(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과거사진상규명법, 언론관계법) 추진을 강행하다 야당과 기득권 세력의 강력한 반발에 밀려 좌초되고 국정동력마저 상실한 뼈아픈 경험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생각에서다.
결국 대선 기간 여야가 공통으로 공약했던 과제들, 국민 호응이 높은 정책 위주로 처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복지 분야에서는 ▲아동수당 지급 ▲육아휴가 확충 ▲기초연금 인상 등이다. 또 최저임금 인상과 영세업자 카드 수수료 인하, 미세먼지 대책 마련 등 민생정책과 경제 양극화 완화를 위한 경제민주화 조치들이 언급된다.
지난 3월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제조물 책임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가결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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