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 기자] ‘강남발 재건축 태풍’이 국내 부동산 시장을 강타할 기세다. 집값은 물론 전셋값도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이 서울과 수도권 인기지역으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 저소득층 등 상대적으로 금전적 여유가 없는 이들이 집 값을 감당하지 못해 ‘주거 유목민’으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강남권 주요 아파트 단지들에 대한 재건축 심의를 하면서 이들 단지의 짒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사진은 반포주공1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1일 한국감정원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 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리센츠 아파트 전용 27.68㎡(공급면적 42.57㎡)의 시세는 5억2000만~6억4200만원 사이로 한 달 사이 4000만원 이상 뛰었다. 지난 2005년 당시 분양가인 1억9200만원과 비교하면 무려 230%~260% 급증한 수준이다. 단순 계산으로도 4억5000만~5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셈이다.
5월 반포경남 아파트의 경우 전용 73.5㎡가 12억3000만~12억5000만원에 선에서 시세가 형성됐다. 지난 4월과 비교하면 한달 동안 5000만원 가량이 급등했다. 집값과 연동된 전셋값 역시 크게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초과이익환수제 시행을 앞 두고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시행 인가를 서두르고 있다는 점도 '불 붙은 시장에 기름을 붙는 꼴'이 되고 있다. 관리처분인가 신청으로 최대 50%에 달하는 ‘세금폭탄’을 피하겠다는 것.
현재 강남 3구에서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재건축 단지는 총 14곳에 달한다.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강남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한꺼번에 몰리면 상대적으로 금전적 여유가 부족한 서민층은 수도권 외곽지역으로 떠밀릴 수밖에 없다. 이른바 ‘주거 유목민 현상’이다.
실제로 지난 4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순유출 인구는 서울(14만 여명)이, 순유입 인구는 경기도(14만 여명)가 가장 많았다. 특히 서울의 순유출 인구 규모는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당시 이후 19년만에 가장 많았다. 극심한 전세난에 따른 ‘탈(脫) 서울 현상’을 그 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도권으로 이동한 인구의 연령대를 보면 20대와 30대가 각각 21.7%, 27.9%로 가장 많았다.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연령층의 이동도 눈에 띄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쏟아진 전세 이주 수요가 서울 전세난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강남과 비강남, 서울과 수도권 등 지역간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계층을 구분 짓는 잣대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위장전입, 위장증여, 미등기 전매, 허위명의신탁 전매 등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재건축·재개발은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행위인데, 우리나라는 기존 주거자의 주거 보장권을 보호하지 않고, 투기나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면서 “강남 재건축 시장의 거품이 어느 순간 터졌을 경우 후유증은 걷잡을 수 없는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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