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삼성과 LG 등 국내 대기업의 전기레인지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중소·중견기업이 속앓이하고 있다. 막대한 자본과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운 대기업을 상대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자신들이 '고양이 앞의 쥐 신세' 로 전락할 것이란 불안감 때문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기레인지 시장은 60만대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30만대 수준에서 지난해 55만~60만대 정도로 2배가량 확대됐다. 올해는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같은 굵직한 브랜드들이 본격적으로 B2C 시장에 진출하며 그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레인지는 열원에 따라 하이라이트와 인덕션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일산화탄소 같은 유해가스 배출이 적고 청소와 관리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인덕션의 경우 전용용기 등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왔지만 용기 사용에 제한이 없는 하이라이트형이 접목된 하이브리드형도 출시되면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2015년말부터 본격적으로 초반에는 B2B 빌트인 시장에 공을 들였지만 점차 B2C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들은 2013년부터 시작된 전기레인시 시장 성장세에 주목,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유명셰프를 초청해 전기레인지 등 LG주방가전에 대한 마케팅을 벌였고, 삼성전자는 외국 유명 제품 평가 전문지서 전기레인지 인덕션이 호평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기레인지는 기술장벽이 높지 않은데다 주요 유명 부품을 쓰면 품질은 대동소이하다"고 말했다.
중견기업 가운데 전기레인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업체로는 쿠첸과 SK매직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일반 판매 시장(판매대수 기준)에서는 SK매직이 1위,
쿠첸(225650)이 2위를 점하고 있으며 렌탈 시장에서는 쿠첸이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첸은 전기레인지에 렌탈프로그램을 도입해 대중화에 기여했으며 SK매직은 가스레인지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기레인지 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판매대수로는 SK매직이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밥솥에 이어 전기레인지를 제2의 먹거리로 삼고 있는 쿠첸의 경우 지난 2013년부터 관련분야의 실적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3년 27억원을 시작으로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35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생활 스크래치에 강한 '미라듀어 프리인덕션 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면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SK매직은 다음달 사물인터넷(IoT)가 접목된 전기레인지 신제품을 출시한다. SK매직 관계자는 "국내 주부들은 주방가전에 대한 로열티가 있다"면서 "가스레인지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기레인지 시장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대기업의 전기레인지 시장 진출에 대해 대기업이 가진 자본력과 규모, 브랜드 인지도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라 대기업의 본격적 진출과 적극적인 마케팅이 위협적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시장에 확고한 1위가 없는 상황에서 대기업이 전략적으로 밀고 들어온다면 순위가 뒤바뀔 수 있어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미 예전에 비해 가격대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 프리미엄급의 고가 전략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이 시장에 진출해 시장이 커지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먹거리도 없는 마당에 그나마 개척하고 가능성을 확인한 시장에 대기업이 들어오는 것은 불편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전기레인지 인덕션 제품이 영국의 유명 제품 평가 전문지 ‘트러스티드 리뷰(Trusted Reviews)’로부터 별 5개의 만점을 받으며 ‘에디터 초이스(Editor’s Choice)’에 선정됐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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