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희석 기자] 정부의 통신기본료 폐지 압박이 거세지면서 이동통신사는 물론 휴대폰 소매점들도 긴장 국면에 돌입했다. 이통사들이 기본료 폐지로 수익성이 악화되면 원가절감 차원에서 마케팅 비용을 줄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통사와 단말기 제조사의 판매장려금이 주 수입원인 휴대폰 소매점들로서는 악몽이다. 휴대폰 소매점들은 청년 고용률도 높아 정부의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통신기본료 1만1000원이 일괄 폐지되면 이통3사의 예상 손실액은 연간 7조원가량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통사들은 마케팅 비용 축소로 맞설 것이 확실시된다. 지난해 이통 3사가 지출한 마케팅 비용은 7조6000억원 정도다. 문제는 마케팅 비용 상당 부분이 휴대폰 대리점에 제공되는 판매 수당이라는 점이다. 이통사가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결국 휴대폰 대리점이 타격을 받는 구조다.
한 휴대폰 대리점 관계자는 12일 “정부가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업계의 이야기를 전혀 듣지 않는 것 같다”며 "이통사가 감기에 걸리면 휴대폰 소매점은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하는 게 통신업계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 약자들이 처한 사정을 이해했다면 기본료 일괄 폐지 공약은 쉽게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폰 대리점이 타격을 입으면 청년 일자리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주요 서비스 업종 가운데 청년 고용이 가장 많은 분야가 휴대폰 판매점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동통신 판매점의 20~40대 고용 비중은 60%가 넘는다.
사정은 악화일로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에 따르면 이통3사 직영 대리점을 제외한 전국 휴대폰 판매점은 지난해 말 기준 1만6000여개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 2014년 2만여개로 정점을 찍은 후 그해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과 출혈경쟁 등으로 4000개 정도 줄었다. 이통사들의 직영점 비율이 크게 높아짐과 동시에, 폐업한 소매점들이 지하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대포폰이나 신용불량자 가입 유치, 신분증 위조 등 통신시장의 병폐도 크게 늘어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 사진/뉴시스
청년 일자리도 많이 사라졌다. 통상 휴대폰 1개 매장이 사장 1인과 직원 2인 등 3인으로 구성되는 점을 고려하면 2년 사이 주로 20~30대의 젊은층 일자리 1만2000개가 없어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료가 폐지되고 이통사의 마케팅 비용이 줄면 영세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휴대폰 소매점은 박살난다”면서 “이는 청년 고용을 늘리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신기기 소매업은 전문 지식서비스 업종으로 청년과 여성 근로자가 다수“라며 ”새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원한다면 가계 통신비 인하 추진 과정에서 휴대폰 소매점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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