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희석 기자] 이동통신사들의 도전(盜電)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가정용보다 저렴한 산업용 전기를 쓰면서도 전기 무단사용 사례가 줄지 않았다. 매년 국정감사에서 이통사들의 전기 도둑질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지만 효과가 없었다.
14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한전이 지난해 적발한 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도전 행위는 총 249건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이통 3사가 지불한 위약금은 5억7094만원이다.
LG유플러스가 95건으로 가장 많았고 KT 83건, SK텔레콤 71건 순이었다. 위약금 규모는 SK텔레콤이 2억6679만원의 전기를 무단으로 사용했고 LG유플러스 2억2500만원, KT 7915만원이었다. 종합유선방송 사업자이자 알뜰폰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도 지난해 도전 행위 7건이 적발돼 3894만원가량의 벌금을 물었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도 전기를 몰래 사용했다.
더 큰 문제는 통신사업자들의 전기 무단사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통신사들의 전기 도용은 국정감사의 단골 지적 사항이었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KT가 안산에 설치한 CCTV 500대와 LG유플러스의 서울 시내 중계기 700대가 전기료를 내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CJ헬로비전도 통신설비 전원공급기를 신고 없이 사용하다 적발됐다.
한전 관계자는 "통신업체들이 중계기 설치시 전기 사용 신청을 하지 않거나 사용량을 속이는 방식으로 전기요금을 적게 내는 경우가 많다"며 "이통 3사의 도전 행위가 여전히 많아 이를 조사, 적발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기업 계열사인 이통사들의 도전 행위는 일반 가정의 비싼 누진전기요금과 맞물려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통신사들이 공짜로 쓴 전기요금은 결국 일반 소비자들이 비싸게 내는 전기요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통신기본료 수입만으로 매년 수조원을 버는 이통사들이 정작 기업의 사회적 의무 이행에는 소극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통신사 관계자들이 서울역 인근 통신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통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현장 설치 기사들이 작업 과정에서 전기 사용 신청을 누락했을 뿐이라는 해명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이통사들은 공장이 없는 비제조 기업 가운데 전기료 납부가 가장 많다”며 “매년 3000억원 이상의 전기료를 내고 있는데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아끼기 위해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다른 통신사 관계자도 “전기 도둑이 아니라 고의성 없는 실수로 전기료를 납부하지 못한 것”이라면서 “과거 통신망 환경이 열악했을 때는 전기요금을 대신 납부해주면서 통신설비 설치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아 관행적으로 해오던 일들을 바로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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