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아파트 '사기 경계 주의보'…"평생 모은 돈, 다 털려"
10년간 지역주택조합 인가 중 실 입주는 20% 못 미쳐
2017-06-19 06:00:00 2017-06-19 06:00:00
“지난 몇 년간 부동산 가격이 뛰면서 자금이 부족한 신혼부부나 서민이 시세보다 저렴한 지역조합아파트에 분양에 속는 경우가 많은데, 성공 확률도 낮고, 사업 진행도 8~10년이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형 건설사가 시공사로 참여하고, 유명 연예인이 홍보 모델로 나서 믿고 조합아파트에 참여했다. 시공사는 3차례 바뀌고, 중간 운영비 부족으로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 힘들게 모은 돈을 뜯기는 마음이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지역주택조합의 허위·과장광고  피해 사례. 자료/'아름다운 내집 갖기' 홈페이지 갈무리
 
최근 부동산 커뮤니티 ‘아름다운 내집 갖기’에 올라온 지역주택조합 피해자들의 하소연이다. 전 정부와 최근까지도 침체됐던 주택 매매가와 전세가가 최근 몇개월 사이 치솟으면서 신혼부부와 사회초년생 등 상대적으로 경제적 취약자인 서민들이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허위·과장 광고가 난무하면서 고통을 받는 피해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세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되면서 온 가족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보금자리’ 마련의 꿈도 산산이 조각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지역주택조합 설립인가는 2012년 26건, 2013년 20건, 2014년 27건, 2015년 106건, 2016년 104건으로 집계됐다. 눈에 띄는 건 2015년 지역주택조합 설립인가가 4배 가까이 급증했다. 2014년 하반기부터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지역주택조합 설립인가 역시 난립하게 됐다.
 
또 지역주택조합이 설립인가를 받아 입주하기까지 여정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실제로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지역주택조합 인가 총 155건 중 입주는 34건에 불과해 20%에도 못 미쳤다. 
 
지난 2015년 울산 북구청사 앞에서 약수마을 지역주택조합 비상대책위원회가 갑질하는 대행사와 대행사에 끌려가는 집행부 교체를 촉구하는 집회를 했다. 사진/뉴시스
 
좋은 취지로 생긴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인가가 급증하면서 피해사례가 늘었고, 특히 불확실성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이 떠안는 구조가 됐다. 현행 주택법에서 지역주택조합은 사업을 위해 부지를 80% 이상 확보해야 조합인가를 받을 수 있지만, 조합인가 전 추진위가 구성돼 조합원을 모집하고, 운영하는 건 법적 통제를 받지 않는다.
 
이는 주택부지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원을 모집해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 계약금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미루다 챙겨 달아날 수 있는 구조다. 마치 ‘현대판 봉이 김선달’과 같은 셈이다. 또 ▲건축물의 규모 및 동호수 지정 관련 거짓 광고 ▲토지 매입, 사업추진 일정 관련 과장 광고 ▲조합원 추가 부담금 기만적 광고 등 부당 광고 사례도 한층 교묘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과장 광고’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지난해 1분기 80건에서 올해 1분기 97건으로 21.25% 증가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연구팀장은 “토지매입이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사업초기에 잘 살펴봐야 한다”면서 “또 조합원 탈퇴의 경우 계약 정관 등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도 살펴봐야 하는데, 아무래도 금융권 대출 규제가 나오면 일반분양, 정비사업, 지역주택 등 모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어떤 식으로 차별을 둘 것인지 정부 정책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