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2014년 8월 가족과 함께 세종시로 이주한 최모씨(32·남)는 보증금 8000만원에 72㎡ 아파트 전세계약을 했다. 2016년 8월 계약이 만료되고 최씨와 집주인은 서로의 필요에 따라 6개월 연장에 합의했다. 보증금은 그대로 두고 월세 10만원을 내는 조건이었다. 올해 2월 최씨는 집주인과 재계약 테이블에 앉았다. 집주인은 주변 전월세 시세가 올랐으니 보증금을 1억500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했다. 결국 최씨는 7000만원을 빚져 모자라는 보증금을 충당했다.
2015년 2월 보증금 300만원, 월세 30만원에 18㎡ 오피스텔을 계약한 김모씨(31·남)는 집주인으로부터 2016년 35만원, 올해 40만원으로 월세를 올려달라고 요구받았다. 2년간 월세 인상폭은 33.3%에 달했다.
세종시와 같은 신도시 또는 재개발 지역에서 전월세 시세는 그야말로 고무줄이다. 아파트 입주물량이 풀리면 공급 과다로 폭락했다가 1~2년이 지나면 회복된다. 인상 전·후 전월세가 많게는 2배 가까이 차이난다. 그나마 신도시 등에선 주기적으로 전월세 시세가 하락하지만 일정하게 수요가 많은 역세권, 몰세권에선 상승세가 멈출 줄 모른다.
이 같은 주택 임대료는 저소득층에 더 큰 부담으로 다가간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16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월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은 2006년 이후 10년째 23.1~29.0%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저소득층에 한정짓지 않더라도 전체 가구의 66.5%는 임대료 및 대출금 상환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새 정부 공약 중 하나인 ‘전월세 상한제’가 관심을 받고 있다. 2011년 처음 논의된 전월세 상한제는 전월세 상승률을 일정 수준(연 5.0%)으로 제한하는 제도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12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자료에서 “세입자 주거안정과 집주인 권리보호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임대차계약 갱신청구권제와 임대료 상한제 등을 단계적으로 제도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전월세 상한제 도입까지는 갈 길이 멀다. 임대인의 재산권을 법으로 제한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은 물론, 오히려 전월세가 급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월세가 규제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없다. 단기적으론 제도 시행을 앞두고 전월세가 급등이, 중장기적으론 전월세 공급 부족이 우려된다”며 “서민의 입장에서 나쁜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재건축을 앞둔 한 아파트단지 공인중개사 사무소 앞에서 주민이 매매가 안내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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