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 살리고 투기만 잡는다…지역·계층별 '핀셋'규제
서울 등 일부지역 값 급등에 국지적 선별 처방…재건축조합원 '1주택 제한' 효과 기대
2017-06-19 14:39:47 2017-06-19 17:56:08
[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정부가 19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이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아닌 청약조정대상지역 추가 선정에 그친 것은 미국의 하반기 기준금리 추가 인상 예고, 입주물량 증가 등 주택시장 조정 요인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일시에 시장에 과도한 충격을 주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향후 과열이 지속되면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대신 조정대상지역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전매제한기간 강화,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비율 축소, 재건축 규제 강화 등 추가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우선 이번 대책은 최근 대내외 경제여건 개선, 연휴 및 대선기간 관망세 종료, 저금리 등으로 부동산시장 심리가 호전되면서 집값 상승 기대가 높은 지역에서 투자 목적 등의 주택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지난달 5주차 서울(0.28%)과 강남 4개구(0.55%)의 주간단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각각 2009년 8월, 2009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국지적 과열이 심화·확산될 경우 서민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장래 주택경기 조정 과정에서 경제 전반에 부담이 될 우려가 있다”며 “단기 전매차익을 기대하는 투기적 성격의 분양권 취득과 거래행위로 실수요자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토부는 지역별·주택 유형별 시장 분석을 토대로 지역적 범위를 진단하고 선별적·맞춤형 처방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 조정대상지역 선정 기준은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2배 이상이거나, 청약경쟁률이 5대 1을 초과하거나, 주택보급률 또는 자가주택비율이 전국 평균에 미달하는 등 정량지표를 충족하는 지역 중 과열 우려가 높은 지역이었다. 그 결과 정량적 요건을 충족하면서 최근 주택가격 상승률이 기존 조정대상지역 수준으로 높은 경기 광명시, 부산 기장군 및 부산진구가 추가 선정됐다. 이들 지역의 최근 3주간 아파트가격 상승률은 광명 0.21%, 기장 0.19%, 부산진은 0.19%에 달했다. 같은 기간 조정대상지역 평균 상승률은 0.15%였다.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는 전매제한기간 강화, 1순위 제한, 재당첨 제한이 적용된다. 전매제한기간이 1년 연장되거나 소유권 이전등기 시까지로 조정된다. 세대주가 아닌 자, 5년 이내에 다른 주택에 당첨자가 된 자의 세대에 속한 자, 2주택 이상을 소유한 세대에 속한 자가 조정대상지역에 청약 시에는 1순위에서 제외된다.
 
더불어 정부는 서울 전 지역의 분양권 전매기간을 소유권 이전등기 시까지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금 분양권 전매기간 같은 경우에 강남 4개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대부분 1년 6개월 계약체결 이후에 가능하도록 돼 있어서 이런 부분에서 일부 분양권 전매를 기대하는 청약 가수요 같은 것들이 발생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 중 비교적 고강도 규제로는 재건축조합원 주택 공급수를 1주택으로 제한한 것과 LTV·DTI 규제를 강화한 것을 들 수 있다. 다만 재건축조합원 주택 공급수 제한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이 필요해 올해 하반기에나 시행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LTV·DTI 규제 강화는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 급등에 따른 가계대출 건전성 악화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다. 정부는 주택가격 급등이 나타나는 조정대상지역에 대해 LTV를 70%에서 60%로, DTI를 60%에서 50%로 축소하기로 했다. 이 규제는 은행권뿐 아니라 제2금융권 대출까지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는 2014년 8월 합리화조치 이전에 문제가 됐던 풍선효과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앞서 박근혜정부는 2014년 8월 경기부양을 위해 LTV를 50%에서 70%로, DTI를 50%에서 60%로 완화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그간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DTI 규제를 도입해 대출 건전성 강화를 도모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집단대출에 대해서는 올해 1월 여신심사가이드라인 적용에 이어 DTI까지 적용됨으로써 ‘차주의 상환능력에 맞게 대출하고 처음부터 나누어 갚는’ 여신심사 체계가 완비됐다”고 평가했다.
 
단 서민·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기존의 LTV·DTI 규제비율을 유지한다. 정부는 서민·무주택 세대에 대해 DTI 10%포인트 상향적용(60%) 및 정책모기지 공급을 통해 자금 애로 발생을 최소화시킬 계획이다.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생애최초 7000만원) 이하이거나 주택가격 5억원 이하인 가구, 무주택세대주에 대해서도 강화한 LTV·DTI 규제비율을 적용하지 않는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종전 대책을 보강하는 수준에서 상당한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는 앞으로 대책에 따른 시장상황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과열 지속·확산 시 단계적 안정화 조치를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형권(왼쪽 두 번째)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 대응방안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고형권 1차관,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 박선호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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