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포스코·CJ ‘정규직 전환’ 대기
내부 검토 착수, 문제는 '기준'…"비정규직 기준 제시해달라"
2017-06-21 17:54:14 2017-07-06 10:18:21
지난달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열린 '한국노총, 공공 비정규 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위한 TF팀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온전한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다수의 그룹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새 정부 출범으로 유화적 제스처가 필요해, 최우선 정책기조인 일자리로 방향을 잡았다. 다만, 간접고용 형태의 비정규직을 어느 수준까지 전환 대상에 포함할지를 놓고 망설이고 있다. 정부가 정규직으로 돌려야 할 비정규직 범위를 제시하면 그에 맞추겠다는 방침이다.  
 
한화 관계자는 21일 “다른 그룹들이 고민하듯 우리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실무 차원에서 들여다보는 수준으로 아직 정규직 전환 규모는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이나 식품, 유통 계열사의 계약직만 수천명이라 이들 모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어렵다”며 “정부가 비정규직의 범위를 제시해주면 그에 맞춰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포스코도 정부 지침이 나오는 대로 비정규직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오준 회장은 지난 9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철의 날’ 행사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철강뿐만 아니라 모든 사업장이 신경 써야 할 이슈”라며 “하지만 비정규직에 대한 범위 등이 정확하지 않아 정부가 정의를 내려주면 새로운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CJ도 정부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 CJ 고위 관계자는 “어설프게 추진했다가는 안 하니만 못할 수 있다”며 “정부가 가이드를 주면 그에 맞춰 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다음은 일자리"라는 내부 방침도 정해졌다. 다만 “무기계약직 등 고용 형태가 다양해 모든 인원을 정규직으로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업종별 특성과 각 사별 경영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수 그룹들이 정규직 전환 의사를 보이는 가운데 비정규직에 대한 명확한 정의 없이 실행에 돌입하는 것은 주저하는 모습이다. 첫 테이프를 끊었던 SK가 홍역을 치른 것도 이들에게 고민을 더했다. SK브로드밴드는 자회사를 설립해 위탁 협력업체 비정규직 약 5200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SK와 계약을 맺은 협력업체 소속으로, 이에 따라 장시간노동, 저임금, 근로기준법 위반 등 불합리한 처우에도 원청의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노조는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과 고용불안 해소는 물론, 고객에 대한 질 좋은 서비스 제고 등을 이유로 SK 조치를 환영했다. 하지만 협력업체 일부는 자신들의 인력을 부당하게 빼가는 불공정 행위라며 반발했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신고와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에 대한 형사고발로까지 이어졌다. 사측과 노조 간의 고용조건 등에 대한 교섭도 이제 막 시작단계다.
 
최근 수년간 노동시장은 정부와 재계의 노동유연화 정책으로 간접고용 형태의 비정규직이 급증했다. 순수 비정규직 비율은 낮아진 반면 무기계약직, 용역, 파견, 사내하도급 등 새로운 형태의 고용들이 늘어나면서 고용구조도 다원화됐다. 기존 제조업과 건설업에 머무르던 간접고용 형태도 유통, 금융, 통신 등 다방면으로 확산됐다. 포스코의 경우 순수 비정규직은 300여명 정도지만 사내하청, 협력업체 등의 간접고용을 포함하면 비정규직 비율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민간 대기업들과 함께 공공기관들도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기준 제시와 함께 소외될 근로자들도 있어 정부가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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