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고용노동부 소속 비공무원인 직업상담원들이 열악한 근로조건과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다수가 정부에 고용된 무기계약직(정규직)이지만 공무원은 아닌 탓에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적 처우가 이어지고 있다.
23일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비공무원 직업상담원은 1500여명이다. 직업상담원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취업(일자리)상담 등에 대한 행정수요가 커지면서 늘어나기 시작해 2006년에는 97개 고용센터 1600여명까지 그 규모가 확대됐다. 이들의 주된 업무는 취업성공패키지 등 정부 고용서비스 및 구직·훈련 상담이다. 채용 과정도 나름대로 까다롭다. 직업상담 관련 자격증이나 경력을 가진 사람에게만 응시 자격이 주어지며 전형도 서류전형, 필기시험(사회, 고용보험법), 전산능력평가, 면접 등 4단계로 나뉘어 진행된다.
하지만 당시 직업상담원들의 신분은 비정규직(기간제)이었다. 정부에 고용됐음에도 고용안정이 보장되지 않았고, 고용센터 내에서도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과 근로조건 격차가 심했다. 이에 직업상담원들은 2002년 노동조합을 결성해 공무원 전환을 요구했으며, 정부는 2006년 시험과 면접을 통해 대다수의 비공무원 직업상담원들을 공무원(상담 직렬)으로 전환했다.
그럼에도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2007년부터 고용부는 매년 50~200명의 직업상담원을 기존 방식대로 비공무원 무기계약직 형태로 채용했고, 비공무원 직업상담사 규모는 다시 1500여명까지 늘어났다. 여기에 고용부는 2015년 고용센터 비공무원 5개 직종을 직업상담원으로 통합하고 호봉체계를 단일화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기존에 없던 최하위 직급(일반)을 신설했다.
통합 당시 고용부가 하달했던 공문의 직업상담원 직급표에 따르면, 일반상담원 1호봉의 월 기본급은 전임상담원의 78%인 140만9160원에 불과했다. 이는 연 600%의 상여금이 포함된 수치다. 더욱이 시간제 상담원들은 전일제 일반상담원보다 낮은 시간당 임금을 적용받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의 ‘공무원과 비공무원 간 차별’이 ‘공무원으로 전환된 비공무원과 이후 채용된 비공무원 간 차별’, 다시 ‘비공무원 내 직급·근무형태 간 차별’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노총 공공연맹 관계자는 “정부는 가시적인 고용창출 효과에만 매달리고 있다. 비공무원을 공무원으로 전환하거나 시간제를 전일제로 전환하는 것도 일자리의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며 “시간제만 전일제로 전환해도 일자리의 질이 높아짐은 물론 업무 배치가 수월해지는 등 장점이 많지만 정부는 의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고용부는 직업상담원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관공서에서 일할 사람이니까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게 맞겠지만 우리가 임의대로 공무원 정원을 늘릴 순 없다”며 “행정자치부는 정원을 안 주고 기획재정부는 예산을 안 준다. 매년 직업상담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예산을 요구하고 재정부처와 다투지만 쉽지가 않다”고 토로했다.
공공비정규직 노조원들이 지난해 4월 26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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