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최태원
SK(003600)그룹 회장이 독대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액수를 직접 물었다고 증언했다.
최 회장은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이 "지난해 2월16일 독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다른 곳에서 대기 중이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불러 'SK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얼마 출연했지요'라고 물었나"고 신문하자 "네"라고 답했다.
이후 최 회장은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으로부터 SK가 111억원을 출연한 사실을 듣고 증인에게 '두 재단에 출연해준 것에 감사드린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리며 기업이나 동 재단에 필요한 활동이나 사업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주셔서 이 재단들이 우리나라와 기업들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말한 게 사실인가"라고 묻자 "네 그런 거 같다"고 답했다.
또 최 회장은 독대 당시 박 전 대통령에게 수감 중이던 동생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의 가석방을 완곡하게 부탁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 확실히 반응하지 않아 더 이야기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최 회장은 독대 때 박 전 대통령에게' 저는 잘 지내고 있는데 저희 집은 편치 않다. 저는 (교도소에서) 나왔는데 동생이 아직 못 나와서 제가 조카들 볼 면목이 없다'고 에둘러 부탁한 사실을 인정했다. 독대 이전인 2015년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서신을 보내 가석방을 직접 부탁하는 것은 부담스러워 자연스럽고 완곡하게 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말을 들은 박 전 대통령이 가타부타 반응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긍정적인 반응이 없어 면담 과정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더 말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최 회장은 면담 당시 박 전 대통령이 K스포츠재단과 더블루케이 추진 사업인 '가이드러너'를 언급하며 장애인 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일이고 대기업에서 관심을 두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은 지난 4월10일 검찰 조사에서 '가이드러너' 사업이 사회적 약자인 시각 장애인을 돕는 좋은 사업인데 작은 기업에서는 도움을 주기 어렵고 SK처럼 대기업이 도와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증인에게 권유했다고 진술했는데 증인도 면담 당시 박 전 대통령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느냐"고 묻자 "정확한 워딩은 기억에 없지만 들은 거 같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2월16일 삼청동 안가에서 박 전 대통령과 40여분간 비공개 독대하며 워커힐호텔 면세점 재승인과
CJ헬로비전(037560) 인수 승인 등 그룹 경영 현안을 해결해달라고 요구한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SK 현안을 해결하는 대가로 최 회장에게 89억원을 요구한 혐의(제3자뇌물요구) 등을 받고 있다.
박근혜(왼쪽) 전 대통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