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세 인상 불발에도 정유업계 불안
국제유가 4달 새 20% 이상 하락…40달러선 붕괴 우려
2017-06-26 16:11:09 2017-06-26 16:11:09
[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정부가 경유세 인상 관련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업계 불안감은 여전하다. 당초 하반기 반등이 점쳐지던 국제유가가 추가 하락으로 무게추가 실리면서 호황이 끝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최영록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26일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열린 세제분야 공청회 관련 배경 브리핑을 통해 "최근 세제 공청회와 관련해 경유세 인상 관련 언론보도가 많았지만 현재로선 경유세율 인상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일환으로 경유세 인상이 고려됐지만, 연구용역 결과 실효성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지속적인 국제유가 하락 흐름에, 경유세 인상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고심하던 정유업계로서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업황을 좌우하는 국제유가 흐름이 더욱 악화되고 있어 중장기 수익성 하락은 피하기 어려워졌다. 정유업계 수익이 유가가 아닌 정제마진에 결정되지만, 국제유가의 지속적인 하락세는 운송단계에서 발생하는 재고평가손실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4달새 20% 이상 떨어진 국제유가에 당초 낙관적이던 하반기 반등 전망이 점차 비관적으로 돌아서고있다. 바레인 사히드 유전에서 근로자들이 작업 중인 모습. 사진/AP뉴시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 23일 배럴당 43.01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틀 연속 소폭 상승을 이어갔지만, 올해 고점을 찍은 2월(배럴당 54.45달러)과 비교하면 배럴당 10달러 이상이 떨어지며 26%의 하락율을 기록했다. 지난달 말부터 5주째 하락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 연장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오히려 셰일가스 증산에 의한 공급과잉 우려가 겹치며 유가 하락이 지속되자, 낙관적이었던 유가 회복 전망 역시 비관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당초 하반기 50달러선의 무난한 회복이 점쳐졌지만, 최근에는 40달러선 붕괴까지 염려하는 분위기다. 유가 상승을 위해 단순 감산 기간 연장이 아닌 감산 규모 확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OPEC이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원유상업 재고가 29억9000만배럴을 기록하며 과거 5년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셰일가스 공급으로 유가 상승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동지역 갈등 증폭과 감산 합의 파기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내년 원유시장에 엄청난 초과공급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올 1분기 정유사들의 역대급 실적을 이끌었던 수출에도 직격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유가 상승시 수요처에서 추가 상승을 대비해 제품을 사들이는 업종 특성상,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수요 역시 관망적 자세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한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하락은 단순히 정유업계 수익성만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산유국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또 다른 수출 감소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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