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보직변경 스트레스 자살' PX병도 보훈보상자"
"직무수행·사망간 상당인과관계 인정"
2017-07-09 09:00:00 2017-07-09 17:29:21
[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탄약정비병에서 판매보조병(PX병)으로 보직이 바뀐 뒤 업무 과중 스트레스로 자살한 병사에 대해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심홍걸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판사는 A씨가 서울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보훈보상대상자비해당결정처분취소 소송에서 비해당 결정 처분을 취소한다고 9일 밝혔다.
 
법원은 "A씨 아들은 입대 전과 PX병 보직 변경 전까지 정신적, 신체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PX병이 된 뒤 '할 수 없다', '힘들다' 등 어려움을 표현하다가 1개월 만에 자살에 이르렀다"며 "중대장의 부적절한 지시로 원치 않던 PX병이 됐고 자기 성격과 잘 맞지 않음을 확인하고 수시로 선임병과 분대장에게 의사를 전달했는데도 다시 한 번 해볼 것을 지시받고 마지 못해 임무를 계속 수행하며 큰 절망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양씨는 절망감을 느끼는 상태에서 PX병으로 잦은 실수로 질책을 받고 절망감 등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초소근무와 불침번 근무를 서고 행정병에게 엑셀 프로그램 사용법도 배우는 등 수면시간 부족으로 상당한 피로를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이를 종합해 보면 양씨가 불침번 근무 중 혼자 PX병으로 근무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간부들로부터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없다는 절망감을 견디지 못하고 극도의 두려움과 불안감에 빠져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기대하기 매우 어려운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양씨는 보훈보상자법에서 정한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직무수행'을 하다가 사망했고 그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서울지방보훈청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양씨는 2004년 12월 탄약정비병에 배치돼 이듬해 3월 PX병으로 보직이 변경된 뒤 한 달 만에 목을 매 자살했다. 이에 양씨 어머니인 A씨는 "아들이 보직변경으로 인한 업무 과다로 사망했다"며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지만, 서울지방보훈청은 양씨가 국가 수호와 직접 관련 있는 직무수행 중 사망했다거나 군 직무 수행 또는 교육 훈련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돼 사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보훈보상자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국가보훈처 보훈심사위원회 심의·의견을 근거로 보훈보상대상자비해당 결정을 했다. 이에 A씨가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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