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2달을 넘겼다. 그동안 한미정상회담을 비롯한 4강 외교 복원 등 많은 외교적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경제정책은 이제야 그림을 그려가기 시작했다. 아직 정부조직 구성도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정책의 방향을 보면 낙관을 하기에는 미심쩍은 대목이 많다. 대외여건 역시 별로 개선될 기미가 없다.
하반기 우리 경제상황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국가미래연구원은 14일 전문가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에는 황희만 전 MBC 부사장의 사회로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참여했다.<편집자>
▲황희만: 당면한 우리경제의 현주소부터 살펴보자. 지난 13일 한국은행 발표에 의하면 하반기에 상당히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김동원: 먼저 상반기 동향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고용을 보면 고용률이 상승했다는 것과 제조업의 취업자가 작년 6월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고용 사정이 전반적으로 악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향후에 고용상황이 나빠질 것이라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6월 취업자 증가가 30만 명 규모로 지난 5개월 내 가장 낮았고, 실업률이 0.2% 포인트 오르기도 했다. 특히 고용 증가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건설업의 고용흡수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또 서민들과 밀접한 숙박, 음식업의 취업자가 5년6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임시 근로자가 줄어들고 상시 근로자가 늘어나는 것이 좋은 것인데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은 그 반대다.
-신세돈: 지난 2·3월에는 국민들의 기대심리가 굉장히 좋아졌다. 소비자 심리도 많이 좋아지고, 이런 것이 생산과 소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그런데 5·6월 넘어오면서 한풀 꺾이고 있다. 특히 건설투자가 4월 달에는 전년동기대비로 19% 증가하던 것이 5월 들어서는 15%로 꺾였다. 전반적으로 생산과 소비와 투자 중 설비투자 부분만을 제외하고 보면 거의 모든 지표가 4월을 정점으로 해서 5·6월에 지금 꺾이고 있다. 이런 추세가 하반기 계속 간다고 하면 하반기 성장은 상반기보다 부정적인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황희만: 한국은행을 비롯한 다른 연구기관들이 상당히 장밋빛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인가.
-신세돈: 하반기에 이미 4월을 기점으로 우리가 이야기하는 소위 모멘텀 상승추세가 꺾인 것이 곳곳에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관에서는 계속 올라갈 것으로 보는 것 같다.
-김동원: 한국은행이 1월 전망치를 4월에 조금 높였고, 이번에 0.2%포인트 다시 높였다. 그런데 한국은행 전망치 내용을 들여다보면 특히 주목되는 것이 전반적으로 설비나 건설 투자, 수출 증가율이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낮은 ‘상고하저’라는 것이다. 그런데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민간소비다. 한국은행 전망에 따르면 상반기 민간소비 증가율이 2%에서 하반기에는 2.4%로 0.4% 포인트 대폭 높였다. 과연 민간소비가 이렇게 좋아질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황희만: 민간소비가 증가하려면 아무래도 고용사정이 좋아져서 임금소득이 높아져야 할 텐데 고용사정은 어떤가.
-김동원: 정부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공공부문이다. 고용이라고 하는 것은 기업이 투자를 하고 노동에 대한 수요 자체가 시장에서 늘어나야 하고 또 기업이 그렇게 하려면 투자든 소비든 기업이 많이 팔 수 있다는 전망이 들어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렇게 될 것인가 하는 점에서 의문이 든다.
-신세돈: 하반기에 우려되는 것은 첫째, 4·5월을 중심으로 해서 반도체 수출이 빠른 속도로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반도체 수출이 꺾이면 반드시 반도체와 관련된 설비투자도 꺾이고, 그래서 자동차 부문도 안 좋다.
더 놀라운 사실은 우리나라의 주된 수출 품목이 사실은 스마트 폰인데, 무선통신장비 수출이 금년 상반기에 전년동기 23% 감소했다. 자동차 부품도 3%감소했고, 자동차도 5% 감소했다. 반도체와 석유화학과 선박, 이 세 가지가 상반기 수출을 견인해왔는데 지금 반도체가 꺾이고 있다. 상반기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쌍두마차가 건설과 수출인데, 수출바퀴가 문제가 생기면 하반기 경제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김동원: 또 하나 소비와 관련해 고려해야 할 사항은 8월에 가계부채 대책이 나오는데 이 가계부채 대책의 내용 강도라든가 내용 여하에 따라 민간소비가 상당히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미 서민계층 중 일부는 사실상 타성적으로 부채에 의존해 버티는 계층들이 있기 때문에 채무상환비율(DSR)이라든가, 차입자의 상황능력을 더 강화하는 정도에 따라 민간소비가 영향을 받을 여지가 상당히 있다고 본다. 하반기 민간소비와 건설투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소는 8월 달에 나올 가계부채 대책의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황희만: 어쨌든 민간소비가 늘어나고 경제성장도 잘 되려면 고용이 좋아져야 하고 수출도 잘 돼야 될 텐데, 관건은 무엇인가.
-신세돈: 전반적으로 하반기를 어둡게 보면서도 민간소비가 살아난다는 것은 좀 의아하다. 경제에 주름살로 작용을 할 것이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건설을 살리자니 가계부채가 문제고 가계부채를 잡자니 건설이 문제다. 그래서 수출부분은 신경 쓸 여유가 없는 상황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쨌든 새 정부가 들어선지 두세 달 지나가는데 하반기가 되면 진짜 문재인 정부의 실력이 진검승부로 나타나는 하반기가 될 것 같다.
-김동원: 하반기, 특히 8월 대책이라든가 내년의 예산이라든가 전 정부의 부채주도 성장의 틀을 완전히 벗어날 건지 아니면 계속 신세를 질 것인지 아주 심각한 선택의 기로에 있다고 본다.
▲황희만: 경제정책의 큰 그림을 그린다면 특히 역점을 두었으면 좋겠다하는 관점은 무엇인가.
-김동원: 노무현 정부부터 이명박·박근혜 정부까지 지난 14년 동안 우리 경제는 근본적인 잠재성장력을 키우는데 거의 손을 놓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성장률이 1% 포인트씩 떨어졌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14년 동안 성장잠재력을 게을리 했던 과거의 부채, 밀린 숙제 거기다가 앞으로 저성장 고령화 사회의 도래에 준비해야 하는 미래에 대한 숙제까지 밀려있는 틈새에 끼어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정부가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역할을 생각해야 한다.
▲황희만: 정치라는 것은 국민들의 표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우선 단기적인 효과를 거둬야만 정권이 지지를 받고 그 지지 위에서 뭔가를 할 수 있지 않은가.
-신세돈: 단기적인 효과를 낼 수가 없다. 문재인 정부가 가진 카드는 재정을 가지고 경제를 살리는 마지막 수단 밖에 없다. 어쨌든 문제의 핵심은 제조업과 경쟁력이다. 그리고 제조업과 경쟁력은 정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민간 부문에서 나온다. 그런 관점에서 또다시 우리가 제조업과 경쟁력과 민간부문의 활동을 촉진해야 한다.
▲황희만: 그렇다면 “현재를 직시하고 문제점이 이렇다, 국민들 앞에 지지 받기 위해서 장밋빛만 그릴게 아니라 상당한 고통이 있고 어려움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정부가 나서서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해야 한다는 논지인가.
-김동원: 독일로 말하면 2003년에 소위 슈뢰더가 보여주었던, “이렇게 하면 독일은 망한다”라는 이러한 대전환 전략이 나오지 않으면 굉장히 낙관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
-신세돈: 첫 번째로 우리가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그리고 과거정부가 키워왔던 첫 번째 해악이 가계부채다. 이것을 잘라내야 한다. 그런데 잘라내면 피도 나고 체중도 감소하고 4~5년 동안 경제성장이나 한국사회에 굉장히 정치적인 충격을 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과감한 가계부채 정책이 나와서 정리를 하고 넘어 가는 게 한국경제 장기성장의 첫 번째 기본명제가 아닌가 싶다.
▲황희만: 환부를 과감히 도려내고 아픔을 다 감내하자는 주장이신가.
-김동원: 근래 집값이 엄청나게 올랐다. 분배문제를 중시하고 이런 균등화를 지향하는 이 정부가 들어서서 두 달 동안 국민에게 준 선물이 뭐냐. 이 정부가 한 건 아니지만 시장의 작용은 빈부 격차문제를 확대시켰다.
▲황희만: 경제는 시장의 논리대로 가는 것이다. 우리 환부문제도 있지만 앞으로 좀 더 경제가 체질을 강화하려면 경쟁력을 쌓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려면 대기업의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살아나야 일반 서민들도 영향을 받을 텐데.
-신세돈: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첫째 영세기업들의 자본력을 어떻게 키워줄 것인가, 아니면 금융이나 자금이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중소 중견 기업에 자본을 갖다 줄 수 있는 채널을 뚫어주는 제도가 무엇이 있겠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또 경영능력도 배양해야 하고, 자본력도 키워줘야 하고, 규모가 너무 작으니까 구조조정을 통해 4~5개가 뭉쳐서 좀 더 큰 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구조조정 등 다양한 방법을 구사해야 한다.
▲황희만: 경제라는 것이 커지면 정부의 영향만 가지고 경제를 이끌어가는 데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 어떻게 하면 정부의 역량을 발휘하게 하고 경제가 제대로 갈 수 있게 보완할 수 있을까.
-김동원: 우리경제는 무역의존도가 거의 우리 국내총생산(GDP)의 90%를 차지하는 개방경제다. 지금 주식시장에 외국인이 가지고 있는 시가총액이 600조원이다. 이런 개방정책에서 정부가 그런 시장의 흐름을 조정할 수 있는 힘이나 범위라는 것은 상당히 한정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는 국민으로부터 이런 많은 문제를 해결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정부는 마치 그런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공약도 하고 있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이 지금 정부가 과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시험받고 있는 것이다. 지금 부동산 문제, 이게 8월에 발표될 가계부채 대책과 연결이 되어 있다. 이를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일종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균등한 사회를 지향하고 그런 정책을 지향하는데 실제 경제의 흐름에서 과연 그렇게 할 수 있나. 이미 두 달 동안 시장은 이것을 반대로 뒤집어 놓았다. 이걸 다시 돌려놓을 수 있을까. 만약 돌려놓는다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까. 지금 문재인 정부가 엄청나게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다고 본다.
▲황희만: 지난 13일 한국은행 전망은 상당히 좋았는데 실제로 들여다보면 그렇게 썩 좋지는 않다는 것이 두 분의 일치된 의견인 것 같다. 한국경제가 장밋빛으로 그려지고 있다지만 각론에 들어가 보면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많다. 정부에서는 각론을 잘 조율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경제 정책을 내놓아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방향으로 나갔으면 좋겠다.
국가미래연구원은 14일 한국 경제에 대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황희만 전 MBC 부사장,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다. 사진/국가미래연구원
국가미래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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