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청와대 전 선임행정관이 지난 2014년 당시 민정비서관이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 지시로 최근 실체가 드러난 캐비닛 속 '삼성 경영권 승계' 문건을 자신이 직접 작성했다고 증언했다. 이 문건에 대해 무슨 상황인지 무슨 내용인지 모른다는 우 전 수석 발언과 배치된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한 검사 출신인 이모 전 행정관은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과 삼성 임원 5명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선임행정관 근무 후 얼마 되지 않아 우 전 수석으로부터 삼성에 대해서 검토해보라는 지시를 받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그 과정에서 메모를 쓴 게 맞느냐"고 묻자 "네"라고 대답했다.
특검이 "우 전 수석이 보고서를 최종적으로 승인한 게 맞느냐"고 확인하자 "네"라고 밝혔다. 또 특검이 "메모 내용을 보면 우 전 수석 지시를 받은 후 삼성 관련 언론 기사를 검색하고 최모 행정관 등 의견을 나누는 한편 또 우 전 수석에게 중간보고하는 과정에서 피드백을 거치고 보고서 내용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게 맞느냐"고 묻자 "검토 과정을 종합한 결과를 보고서 내용에 반영한 것으로 혼자서 작성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메모를 작성한 날짜는 특정할 수 없지만 2014년 7~9월 정도이고 선임 행정관들은 통상 비서관이나 수석의 지시를 받아서 보고하는 체계이기 때문에 직접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며 자신의 독자적인 생각이 아니라 우 전 수석의 지시로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특검이 "증인은 검찰 조사에서 우 전 수석에게 '삼성 검토' 지시를 받을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와병이 장기화되고 언론에서 경영권 승계 문제가 많이 거론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주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보고서 초안인 메모에도 쓴 것으로 보인다"고 묻자 "네"라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의 '삼성 검토' 지시를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검토로 받아들였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경영권 승계 문제를 보고서에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는 14일 민정수석비서관실 캐비닛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 민정수석실이 사용한 문건 300종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후 특검은 이 자료를 청와대로부터 넘겨받았고 21일과 이날 공소사실과 관련된 삼성 경영권 승계 관련 문건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이날 특검은 "청와대에서 공식 발표했고 그에 대한 입증 증거로 발견 당시 사진이 첨부돼 있다. 청와대 발표와 사진으로 충분히 증거로 입증된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삼성 측 변호인단은 "추가한 사진만 보더라도 주제별로 서류가 보관돼 있었는지, 삼성 관련 문건이 저기 보관돼 있었는지 알 수 없고, 캐비닛에 서류가 통째로 모여있는 사진뿐"이라고 지적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잔/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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